OHADA MOMENT_11. 갯벌의 일몰

강화도 여행

by 오하다 OHADA

15년 만에 다시 찾은 강화도. 가을의 끝자락에서 부는 11월의 바람에 바다 내음이 가득하다. 1박 2일의 여행은 전통시장인 풍물시장을 들러 순무 김치와 속노랑 고구마를 시식하는 것으로 시작해본다. 특산물인 순무의 아삭함과 고구마의 달콤함에 강화도의 정겨움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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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들른 강화 성당은 여전히 묵직한 존재감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고 석모도의 칠면초 군락지는 핑크빛 싱그러움을 품은 채 바람에 흔들리며 환영의 인사를 건넨다. 강화도는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서울의 그것보다 훨씬 느리게 흐르는 듯하다.
고즈넉한 산세를 병풍처럼 두른 전등사 사찰 방문을 마지막으로 숙소가 있는 동막해변으로 향하는 길, 해가 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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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이 광활하게 펼쳐진 가운데, 하늘이 차차 단풍처럼 붉게 물들어간다. 이곳은 바다인데 파도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이질적인 감각. 바람 소리가 이따금 속삭이고 해송의 솔잎 비비는 소리가 그에 맞춰 화답할 뿐 그 흔한 갈매기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11월 말 강화도 갯벌의 적막한 일몰.

하늘은 점점 더 붉어지고 태양은 홍시처럼 익었다가 이내 갯벌의 끝자락에 닿아 저편으로 빨려 들어간다. 모든 것이 멈춘 듯 고요하지만 해가 지는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다.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마음을 어지럽히던 생각들이 내쉬는 숨과 함께 소리없이 흩어진다. 찰나의 순간. 그래서 더 영원같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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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검게 식어갈 때 즈음에서야 갯벌 위에서 시선을 거두어 숙소로 발길을 돌린다.


강화도의 일몰은 15년전의 감동과 같다. 15년 후에도, 150년 후에도 똑같을 것이고 항상 이렇게 특별한 시간을 선사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갯벌의 일몰. 그 고요함이 주는 정화의 시간. 다음 여행을 기약하며 하루를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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