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고 소중한 장소에 대하여
망원동에 살던 그 시절, 나의 마음이 머물렀던 장소들이 있는데 그 중 한 곳을 대라면 주저없이 망원시장이라고 말할 것이다.
처음엔 그저 동네의 오래된 시장쯤으로 여겼다. 익숙지 않은 냄새,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들, 여기저기 늘어선 천막 아래로 깔린 물건들이 어수선하게만 보였다. 하지만 어느새 그 어수선함 속에서 삶의 활기를 배우고, 북적이는 소음 속에서 묘한 안도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었다.
망원시장은 늘 한 자리에 있었다. 동네가 ‘망리단길’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젊음과 트렌드로 뒤덮이고, 가게들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변화를 맞이해도, 시장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간판들이 조금 깔끔하게 바뀌고, 시장 입구가 살짝 정돈된 것 말고는 그 익숙한 풍경 그대로라는 사실이 지금도 고맙게 느껴진다.
나는 망원시장을 좋아했다. 오징어튀김은 늘 그 집에서 사야 맛있었고, 호떡을 먹고 싶을 땐 꼭 지하에 있는 그 호떡집으로 향했다. 시장 끝 과일가게보다 시장 초입의 과일가게 바나나가 더 신선하고 달콤했으며, 주말 점심엔 늘 같은 밥집에서 할머니가 해주시는 제육볶음과 부대찌개를 먹었다. 망원 시장에서의 한 끼는 음식 이상의 것이었다. 내가 사랑한 이 시장이 내게 주는 위로였으리라.
망원시장은 거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작고 아기자기한 풍경들 속에는 사람과 사람이 엮인 이야기가 스며 있었다. 가게 주인의 웃음소리, 흥정하며 다투다가도 다시 웃는 손님들, 누구 하나 대단하지 않아도 다 같이 만들어가는 정겨움. 그곳은 시장으로 유명한 경동시장이나 광장시장 들과는 또 다른 생기와 매력을 품고 있었다.
오늘도 문득 신선한 과일이 먹고 싶어 점심시간에 망원 시장으로 발길을 옮길 예정이다. 비록 이제는 이사갔지만, 아직 회사가 망원 근처라는 사실에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점심 즈음 시장에 들어서서 낯익은 풍경 속으로 스며들어 갈 것이다. 그곳엔 여전히 내가 사랑하는 망원시장과 소박한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