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ADA MOMENT_7. 온기

잊고 지내던 것에 대한

by 오하다 OHADA

요즘 당근마켓을 통해 나눔하고 나눔받는 일이 취미가 되어 가고 있다. 처음에는 꼭 필요한 물건을 주고받는 물질적 만족을 위해 시작하였지만 해볼수록 가슴속에 비어있는 한켠이 채워지는 이상한 경험을 하는 중이다.

잊고 있던 그런 감정…
어릴 적에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나는 강원도 정선의 산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그곳은 소가 밭을 갈고 아궁이에 불을 때던, 인터넷이란 게 이제 막 등장하던 이른바 깡촌이었다. 읍내로 나가는 마을버스가 몇 시간에 한 번씩 지나갈 때마다 버스 안에서 감자를 팔러 가는 청년과 보자기에 암탉을 싸맨 할머니를 보는 건 일상이던 그런 곳.
우리 가족은 마을의 꼬불꼬불한 오솔길 맨 끝자락에 살았는데, 어머니는 음식을 넉넉히 하시는 날이면 음식을 담은 오봉 그릇을 내 손에 쥐여 이웃들에게 나눠주시곤 했다. 돌담집 할머니, 감나무집 할아버지 댁으로 종종걸음으로 가서 대문을 두드리면 까맣게 바닥이 익은 구들방 아랫목에서 나와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어른들. 내 유년 시절 기억의 작은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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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나눈 후 며칠이 지나면 이웃집 손주들이 그 오봉에 자기 집의 음식을 담아 찾아왔더랬다. 혼자 사는 노인들의 집엔 내가 직접 빈그릇을 받으러 다녔는데, 그럴 때면 어김없이 유과나 감자떡 같은 주전부리를 가득 담아 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은 단지 음식을 주신 게 아니라 그들의 정과 삶의 온기를 나누어 주신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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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웃의 정을 배워가며 자란 나는, 서울살이를 시작하면서 그 따뜻한 교감을 잠시 잊고 살았다. 그런데 요즘 생각지도 못한 당근마켓의 나눔을 통해 잊고 있던 온기를 되찾고 있는 것이다.
그저 물건을 주고받기 위한 거래가 아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충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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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화되고 익명성이 가득한 언택트 시대에 우리들이 잊고 지내는 것은 무엇인가? 차가워지는 11월의 바람 속에서 서로를 향한 작은 온기에 몸을 기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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