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라의 온:살롱
나이를 먹을수록 생각이 점점 단순해지는 것 같다.
돌이켜보면 예전에는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화가 나고 흥분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꽤 큰일에도 오히려 냉소적이다. 가끔은 이런 내 모습을 보며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
| '왜 이렇게 평온하지?'
| '삶을 놓은 건가?'
| '열정이 사라진 건가?'
이런저런 생각 속에 잠겨 있다가 결국 이렇게 결론 내린다.
| ‘에라 모르겠다. 그냥 해!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그냥 하자!’
사춘기 아이들과 언쟁을 하다가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 ‘내가 이 애들이랑 싸워서 얻는 게 뭐가 있지? 결국 아무것도 없잖아.’
그 깨달음을 얻고는 서로에게 상처만 남는 감정 소모를 피하게 된다. 회피라기보다는, 아이들과 언쟁하는 내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질 때가 많아서다.
가만히 나를 들여다보면, 결국 자존심을 지키기 위함인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남도 아니고 내 자식에게까지 자존심 부릴 게 뭐란 말인가 싶어 언쟁을 그만두게 된다.
이런 깨달음이 자식에서 남편으로, 그리고 지인들까지 확장되면서 많은 화를 점점 내려놓게 되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엄마에게만큼은 여전히 정반대다. 감정의 날을 세우고, 내 생각을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엄마와의 말싸움에서 느끼는 건, 엄마 역시 내게 자존심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그간 자식에게 공들인 시간을 인정받고 싶고, 보상받고 싶은 마음. 그것을 인정해주지 않아서 억울해하는 그 미묘한 마음을 잘 알고 있다.
그것을 잘 알면서도 이제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평생 '착한 딸 콤플렉스' 속에 살았던 나는 엄마에게도 '싫다'라고 말해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응원해주고 있는 중이다.
| ‘내가 잘못한 게 아니야.’
| '난 딸일 뿐이었어.'
| '다 이해해 줄 필요는 없어!'
| '그러니 싫다고 말해도 괜찮아.’
엄마 입장에서는 나이 먹어 반항하는 딸이 괘씸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내 인생을 스스로 선택하고 채워가고 있는 중이다.
내 불안과 우울의 근원이, 엄마 뜻을 거스르는 죄책감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알아차리고부터 조금씩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다.
한 인간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이해하고 성장하는 데 4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엄마와 나의 관계가 건강하지 못했던 건 서로에게서 온전히 독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행복한 관계는 쌍방이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 관계는 늘 일방적이었다.
늘 한쪽만 'Yes'였고, 다른 한쪽은 늘 힘들었다.
그래서일까. 누군가 ‘우리 집은 아무 문제없어’, ‘우리 애들은 말을 너무 잘 들어’라고 말하면 나는 오히려 그 말을 의심하게 된다.
문제가 없는 관계란 없다.
엄마라는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나지만 동시에 화가 나기도 하는 이 복잡한 양가감정에서 나는 이제 조금 자유로워졌다.
엄마라는 절대적 헌신 앞에 대항하는 마음이 아니라 이제는 '엄마'라는 타이틀을 가진 한 사람으로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바라본다.
엄마는 나보다 경험은 많지만, 감정적으로는 나보다 더 여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요즘도 종종 나의 말대답에 엄마가 늘 하는 말은 "나 무시하냐?"이다.
나는 절대 엄마를 무시해 본 적이 없다. 다만 일방소통은 그만하고 싶다는 나의 뜻을 엄마는 늘 자존심의 영역으로 해석하신다.
자신의 말에 "아니요"라고 말하는 딸을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엄마의 말에 'Yes'가 아니라 'No'라고 해도 괜찮다. 설령 엄마가 서운해해도, 괜찮다. 그건 내 인생이니까.
모녀 관계는 가장 가깝기에 서로를 존중해야 오래도록 평화로울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오랜 시간 ‘엄마와 딸은 하나’라는 프레임 속에 갇혀 살았다.
이제 나 역시 딸을 키우며 알게 된 것은 서로 다른 존재임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 진짜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나는 내 딸의 삶을 무한 응원해주고 싶다.
나와 다른 모습 그대로, 그녀답게. 단순하게
그리고 먼 훗날 내 딸이 엄마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을 때 나는 그녀 곁에서 그녀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든든한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오하라의 온:살롱'에서, 소박하지만 따뜻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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