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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ara Dec 19. 2023

#5. 자식은 사랑하려고 낳는 것

성장일기 _ 일상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욕심이 많다고 하여 타인 것을 탐하거나 부러워한다기보다 나 자신과 특히 아이들에게는 욕심을 많이 냈던 것 같다.  


간혹 아이들이 말을 심하게 듣지 않는 상황이 생기면 온몸이 아파오고 스트레스와 짜증이 밀려왔다. 화를 내고 싶지 않아 억지로 참았었다. 나는 지성이 가득하고 지혜로운 엄마이고 싶었다. 그래서 부모교육이나 육아서를 찾아 열심히 읽어가며 노력하는 좋은 엄마라고 자부했다.


때론 나보다 어린 지녀를 둔 지인들이 나에게 육아에 대해 고민해 올 때면 내가 아는 육아적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여 조언을 해줄 수 있었고, 그들은 그 조언을 듣고 실천하였더니 아이가 좋아졌다며  언제나 고맙다는 얘기를 해주했었다.


현실은 내가 아이들에게 받는 정서적 스트레스를  최선을 다해 참았었고  막말과 소리를 지르는 교양이 없는 엄마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이성의 끈을 바짝 쪼이며 지내왔다. 


하지만 사람의 눈은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내가 눈으로 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미처 알지 못했었다.  


나의 내적 화는 입으로는 이성적이고 교양 있는 어조로 말을 하고 있었지만, 눈으로는 쌍욕을 남발하며 발사하고 있었다. 특히 아이들에게..


"너 숙제는 다 했니?

"근데 엄마 왜 짜증 내!"

"엄마가 언제 그랬는데?"

"지금..."


 목소리는 높지 않고 차분하며 화를 내지 있지 않았지만 내 눈은 화가 아주 많이 나있었는 것을 미처 몰랐다. 


 사실 이런 상황을 잘 이해를 하지 못했었다.


 ‘저놈의 새끼들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어! 이렇게 교양 있게 지들을 대하는  엄마가 어디 있다고..’


 분명 나는 목소리 높여 말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내 눈빛에서 나오는 쌍욕을 온몸으로 받아먹고 있었던 것이었고 그래서 아이들은  늘 나에게

 

"엄마! 왜 화내?"


라는 말을 했던 것 같다. 이제는 눈에서 욕이 빠지고 나니 그 후로는 내 목소리 톤이 높아지고 간혹 욕이 나올지라고 아이들은 나에게 한 번도 왜 화내냐라며 반문하지 않았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내가 눈으로 욕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3년 전 어느 유튜브를 보다가 사람의 눈빛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우리가 왜 욕쟁이 할머니가 하는 식당에 가서 밥을 먹으면서도 기분이 나쁘지 않을까요?라는 화두를 던지며 심리상담사의 말에서부터 시작된 것 같다.


“그 할머니의 눈빛에는 욕심이 없어요. 사랑과 정 그리고 진심만 있죠.’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사랑을 주는 것은 입을 통해서 말로 주는 것이 아니었구나. 우리가 하는 사랑의 언어는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눈빛으로 하는 것이었다.  그러 나서 오랜 시간 동안 생각에 잠겼다.


‘나는 아이들을 진짜 사랑한 것이었을까?’


 사춘기 아이들을 내 뜻대로 되게 하고 싶은 엄마의 욕심이 본인 스스로의 몸을 아프게 하고, 짜증 나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았고, 엄마 품을 벗어나 자신의 선택대로 성장하고자 하는 아이들을 보며 말을 듣지 않는다고 타박하며 그들을 탓했었다.


결국  마음 깊은 곳에서 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아이를 잘 못 키웠다는 소리를 들을까 싶은 두려움, 주변 사람들이 나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할 것 같은 두려움.'


 자기 확신의 경험이 부족한 나에게 주변인들의 긍정적인 평가와 인정을 받는 것이 너무 중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평판에  신경 쓰고, 그들의 말에 지나치게 집중하여 마음이 일희일비하며 아이들의 마음을 이리저리 움직여서 힘들게만 하고 있었다.  


아들이 어릴 적 같은 반 학부모가 나에게 한 말만 듣고는 아들을 쥐 잡듯 잡아서 코너에 몰아넣고 말했다.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너는 너무 말이 거칠어 다른 사람이 상처받을 수 있잖아.”

“걔가 먼저 나한테 시비를 걸고 계속 약 올렸어. 걔가 먼저 잘 못한 거라고! 그런데 내가 가만히 있어야 해? 가만히 있는데 시비건 사람은 걘데..”

“네가 평소에 예쁘게 말했으면 민성이 엄마가 나한테 그런 말했겠어. 그 엄마가 사람들한테 네가 버릇없다고 그렇게 말하고 다니잖아. 자기 아들은 얌전하고 착하다고 예의도 바르다고 말도 잘 듣는다면서...”

“걔는 자기 엄마 앞에서 매번 착한 척하고 거짓말만 하고, 학교에선 안 그래! 거짓말쟁이라고!”

“여하튼 사람은 매너가 있어야 해! 매너가 어떤 상황에서도. 그게 최고야. 엄마가 밖에서 너 때문에 다른 엄마한테 기분 나쁜 소리를 들어야겠어?”

“엄마는 왜 내 말은 안 믿어.”

“내가 언제 너를 안 믿었다는 거야?”

“늘 그렇잖아. 민성이 엄마 말만 듣고. 내 말은 안 듣고!”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한찬 지나고 나서야 아이에게 미안해졌다. 사실이었다. 나는 아이의 말을 믿고 있지 않았다. 다른 어른이 말하는 말에 그들의 주관적인 생각과 말만 더 신뢰하고 있었다. 정작 내 아이의 말은 중요하지 않았고, 늘 나의 평판에만 집중되어 있어 아이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있지 않았다.


위선자였다. 그러나 내가 어른이라는 마음, 아이에게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은 아이를 더 몰아붙였다.


 “네가 밖에서 그런 소리 듣고 다니니 엄마가 속상해서 그렇지. 넌 마음이 엄청 따듯한 아인데 사람들은 니 내면을 보려고 하지 않잖아. 민성이 엄마는 아들이 거짓말을 하건 거짓말을 하지 않건 자기 말을 잘 들으면 되는 엄마니까. 너를 보면 불편했겠지. 엄마한테 말대답 따박따박하고 자기주장 강하고 하고 싶은 말은 다하고 보통의 엄마들은 그런 거 잘 못 견뎌. 엄마는 너를 잘 아니까 듣고 있는 거지만 엄마도 가끔은 너의 말에 상처를 받는다니까 너무 사실이어서, 옳은 말들이어서.” 


이제 사춘기에 접어들어 친구들에게 집중하며 보내는 것이 당연한 나이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 엄마에게 살갑던 아들과 딸의 냉정한 말투와 태도에 때론 서운하고 억울하기도 하며 그들의 차가운 눈빛을 바라보며 우울한 마음까지 들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보다 이제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찬찬히 과거를 돌아보며 마음을 수양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세상의 좋은 말씀들을 찾아서 유튜브를 듣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어느 목사님의 설교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절에 다니지는 않지만 모태불교인이다.


한국에선  목사님 설교 말씀을 들어볼 생각을 전혀 못했었는데 캐나다 온 이후로 시간적 여유로움이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기회가 되어 세상 좋은 말씀은 다 들으려고 노력하였다.  오랜 해외살이가 받아들임의 폭을 넓게 만든 것은 분명했다.


목사님이 말씀하시길


‘아이들은 하느님의 자녀이다. 하느님이 아이들을 일일이 돌볼 수 없으니  어머니라는 존재를 만드시어 아이들을 보내신 것이니 하느님의 아이를 사랑으로 잘 돌보기만 하고 그분께 잘 돌려보내 드리면 된다.”


그 말씀을 듣고 있는데 내가 욕심으로 끌고 가던 아이들에게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미안했다. 


내 자식을 진심으로 이해하기보다 내 기준대로 이끌려고만 했었다. 그 큰 깨달음 이후에 아이들에게 화를 내거나 눈으로 욕을 하는 것은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란 내가 주려하는 마음만 있어야 하는 것이지  아이들에게 받으려는 마음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기에 사랑에서도 내 욕심을 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아이들이 사랑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나의 아이가 아닌 하느님 아이니 잘 키워서 잘 보내드려야지. 진심으로 사랑만 줘야지.’


마음 하나 바꿔먹었을 뿐인데 인생이 그 순간부터 꽃길이 되었고, 지금까지도 꽃길이다. 나는 여전히 그들이 가는 길 뒤에 서서 묵묵히 응원하고 지지해 주며 사랑만 온전히 주는 엄마로 살아갈 것이고 그렇게 되길 간절히 원한다. 


그렇게 진심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싶다.


그러니 아이는 잘 키우려고 낳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려고 낳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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