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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ara Feb 28. 2024

용기, 내 안의 작은 변화

성장일기 _ 일상

나는 용기가 없었다. 어릴 적부터 선택을 하는 것보다 선택된 것을 따르는 것이 편했다. 

아니, 편했다기보다 그래야 문제가 없었고 집안 분위기가 시끄럽지 않았기에 다수의 의견을 되도록이면 따르려고 노력했다.  수동적인 삶을 택하는 것이 나를 더 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선 늘 불만이 가득했고, 사춘기 시절 내적 불만을 살짝 표현하기만 해도 온 집안에 폭풍이 휘몰아치는 시끄러운 일들이 벌어지니 결국 입을 닫는 것을 선택했다. 그렇게 습관이 되어, 일상적인 것 외에 개인적인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항상 회피하거나 미루는 방식을 선택하는 삶을 살았다. 


가고 싶은 여행지, 먹고 싶은 음식, 좋아하는 사람 등등 내가 하는 모든 선택은 뒤로 밀어내고 말았다. 나의 한마디 말로 주변이 시끄러워지는 것을 피했다.  유일하게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은 쇼핑과 독서뿐이었다. 


그것이 가족 내 평화를 지키기 위한 길이라고, 여겨왔고 그렇게 배우면서 자랐기에 당연히 길들여져 갔다.


내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 평화로운 것, 문제가 없는 것.


이런 생각에 빠져 있던 중 딸이 말했다. 


"엄마! 배고파!"


딸에게 물었다.


“뭐 먹을래?”
“아무거나!”  


갑자기 화가 났다.


“뭐가 아무거 나야? 네가 먹고 싶은 걸 정확히 말해야지.”
“아니, 엄마 왜 급발진이야? 진짜 아무거나 먹어도 돼서 그렇게 말한 건데...”  


그랬다. 내 못난 감정을 마치 딸의 동일시하여 감정이입되고 결국 급발진해 딸에게 괜히 화를 내버렸다. 


 항상 수동적이었던 내 삶이 싫었던 나는 딸도 나와 같은 선택을 하며 살기를 바라는 나의 마음에서 일어난 화였다. 그래서 늘 딸에게 말했다.


“싫으면 싫다고 꼭 말하고, 좋은 것도 좋다고 말해. 지나치게 남의 눈치를 보면서 너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다 놓치고 후회하지 말라고.”


“엄마!! 나는 엄마가 아니야! 엄마랑 다르다고..”  


딸의 말에 머리 망치로 맞은 기분이었다.


내 아이는 나와 다른데 아이를 보며 혼자 착각하여 어릴 적 내 모습을 자꾸 투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여전히 용기가 부족한 나는 주변인들의 말들과 조언으로 거친 파도 속 작은 배처럼 거세게 요동치고 흔들리며 이 삶을 버텨내고 있다. 종종 만남의 자리를 피해 가며 그나마 평온한 삶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나 관계를 자주 하게 되면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오고 만다.  


"나는 싫다"라고 매너 있게 말하는 그놈의 용기는 대체 언제쯤 생기는 걸까? 


사실 이렇게 내 감정을 글로 쓰는 것조차 20년 동안 생각만 하다 행동으로 옮긴 것도 얼마 되지 않은 큰 용기이기도 하다. 


이제는 생각만 하지 않고, 무조건 한 걸음 옮기는 걸로 선택하련다.


오늘도 한 걸음만큼 성장


Just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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