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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ara Aug 26. 2024

감정 쓰레기통

성장일기_일상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무언가 잔뜩 화가가 나고, 열이 받은 상태이다.


요즘 나의 상황은 누군가의 얘기를 깊게 들어줄 만큼의 좋은 감정은 아니었다. 나도 사람들 붙잡고

하소연만 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참는다.


하지만 흥분해 있는 그녀의 목소리. 이야기를 들어줘야만 것 같았다.


이것이 나의 병이다. 상황이 불편한데도 거절 못하고 그 기나긴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는 것


그녀는 전화기 너머로 어떤 사람에 대해서 그녀의 무례함과 경솔함, 배려 없음을 얘기한다.

상황의 예를 들어가며 말이다.


사실 비슷한 이야기는 늘 그녀에게 자주 들어왔던 이야기였다.


남편, 자식, 직장동료, 지인 모두가 그녀를 불편하게 하는 정말 상식밖의 사람들이었다.


자신은 늘 피해자였고, 배려심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  


오랜 시간 그녀를 알고 지내다 보니 점점 그녀에 대하 잘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녀가 하는 이야기를

심각하게 듣고 같이 해결해 주려고 노력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깨달은 사실은 그녀는 그냥 나에게 이야기가 하고 싶을 뿐이었다는 것이다.

 

내가 느낀 그녀의 성격은 고집 세고과 본인의 틀이 확고하고,  자기중심적이고 개인주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오늘은 어떠한 상황의 예를 들면서 상대방이 자신에게 했던 무례한 행동들에 대해서 열변을 토했다. 화를 내며 이 상황이 이해가 가냐고 나에게 동의를 구했다.  평상시 그녀의 모습을 잘 알고 있기에 사실 여부가 궁금해졌고,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가 나와의 관계 속에서 그간 느꼈던 내 속마음을 꺼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언니!  제 생각엔 이번 일은 언니가 먼저 실수하신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한 명을 콕 지목해서 네가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 여부도 정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말은 들은 사람들은 공격당했다고 느낄 수 있어요.  언니는 솔직한 게 장점이고 뒤끝 없다고 하셨지만 솔직도 본인이 속편 하자고 하는 얘기 아닐까요? 차라리 언니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한 명을 지목해서 얘기하지 않고, 조용히 불러서 물어봤더라면 서로 감정 상하는 일을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언니를 5년 이상 옆에서 지켜보며 저도 이런 비슷한 일로 당황했던 적이 한두 번은 아니었지만, 그것이 언니의 성격이려니 생각했고 그 부분을 이해하하는데 상당히 오래 걸렸어요. 제가 언니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내 말을 듣고 그녀가 한참을 생각했다.


내 말을 수긍한 걸까?


그녀는 대답했다.


"아. 그들은 내가 자신의 흠을 집어냈다고 생각해서 그걸 못 견디고 나에게 무례한 행동을 한 거였네. 그런 거였네"


여전히 자신의 입장을 덧붙여 해석했다


내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내가 먼저 실수를 한 거였네."였다. 






어쩌겠는가.


그 후로도 자신의 이야기를 한참 더 이어나가며 화가 나고 열이 받고, 흥분하여 그냥 인연이 여기 까지라며 이야기를 마쳤다.


오늘 아침 책 한 구절을 읽다가 그녀의 상황이 생각나서 카톡으로 그 책내용을 보내주었다.


분명 그녀는 나에게 했던 그 모든 내용을 까맣게 잊고 있으리라, 그냥 쓰레기통에 배설했으면 그만이었으니까.


나는 알고 있다.  그녀가 나한테만 이런 얘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워낙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내가  전화를 안 받으면 다른 사람에게 전화하여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어나간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여전히 그녀의 고민을 깊게 생각하여 이른 아침에 읽던 책의 한 구절을 사진 찍어 보냈다.


'이 한심한 오지랖쟁이'


그녀의 변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만 그녀의 마음이 편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이젠 그녀의 감정과  상관없이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짓이다.


나는 여전히 타인의 감정쓰레기통으로 소모되고 있지만, 예전에는 타인의 슬픔이 고스란히 나에게 남아 괴로웠던 시간이 많았더라면, 이제는 그들이 말하고 싶은데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나를 찾아주었구나 하고 깊지 않게 생각하려고 한다.


나 역시도 타인의 이야기 들어주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여태껏 그들의 이야기를 몇 시간 동안 들어주며, 그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닐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에게 좋은 사람은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이고 , 나한테 못해주는 사람은 나쁜 사람일 뿐이다.


그냥 그런 거다.


세상에는 좋고 나쁜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다른 사람들이 존재할 뿐인 거다.


그 이치를 제대로 알면 정말 속이 편해진다.  다만 알고 있지만 제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그렇지


 나는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나를 알아가고 성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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