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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ara Dec 11. 2023

어른이 된다는 것

성장일기 _ 일상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내가 좋아하는 명언구절이다. 사실 이 구절을 읽고 나서 나도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고, 내가 자란 가정환경 또한 나보다는 남을 지나치게 배려해야 하는 환경이었기에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고 대단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맛있는 빵과 맛없는 빵이 나에게 있을 때 남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라는 엄마의 말씀 어릴 때는 무조건 따랐다. 그러나  내가 비록 맛이 없는 것을 먹더라도 남에게 좋은 것을 내어주고, 남에게 선물할 때는 제일 좋은 것을 주는 것이라는 엄마의 지나친 타인배려에 진절머리가 났던 시절도 있었다.  특히 20대에 가장 심하게 반발심이 들었다.


어릴 적 나는 집 앞마당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었고,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용달차에서 확성기를 통해서 들려오던 딸기 사세요라는 말에 우리 빌라에서 살던 아주머니들이 삼삼오오 내려오셔서 딸기를 구경 나오셨다.

집에 계시던 엄마다 마침 딸기를 사러 나오셨고, 두 바구니를 사들고 집으로 들어가시는데 나는 얼른 바구니에 담긴 딸기 하나를 냉큼 집어 먹었다.


"우와 딸기 진짜 맛있다. 엄마 나 좀 있다가 집에 가서 먹을 거야!"


한참을 놀다 집에 돌아와서 조금 전에 먹었던 맛있는 딸기 생각에  “엄마. 딸기 어디 있어?”라고 말하 냉장고를 열었다.


 “옆집에 가져다줬어.”

 “아니 왜? 내가 맛있다고 그랬잖아.”

 “맛있는 거니까 나눠 먹어야지?”

 “아니. 내도  맛있었는데.. 또 먹고 싶었는데”

 “아이고 남주는 걸 뭘 글 아까워해 욕심부리지 말고 너는 또 사주면 되잖아.

 "아니 그래도.."


어릴 적 나는 엄마에게 말대답을 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사실 착한 척이었고, 딸이 넷이었기 때문에 엄마말을 잘 들어야 나에게 사랑의 기회가 더 많이 온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면서 커왔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일종의 착한 아이 콤플렉스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며 어른이 되어서도 한동안 심했었다.


배려하고 싶지 않은데 내 몸이 나도 모르게 배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속마음은 나의 배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나서 억울했으며 계속 서운해졌는데 이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고 그저 내가 속이 좁은 사람인가 보다고 생각하며 맘속으로 그들을 향해 한없이 뒤끝작렬 한 마음을 품고 지냈다.


‘아니 자기 딸이 먼저지. 무슨 딸이 맛있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한테  딸기를 줘버리는 거야. 진짜 이해가 안 가네.


분명 이런 의문이 가득했지만 타인을 더 많이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과 삶을 강요받으며 살아왔다. 그 시절 나는 당연하게 받아 드려야 했으며 아마 태생적으로 둘째였기에 눈치를 보는 것은 무의식의 순간에 분명 각인되었으리라 생각이 든다.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다 보니 나의 배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예전에는 무조건 양보와 배려를 해야만 한다는 생각뿐이었지만 이제는 무례한 인간들에겐 배려와 친절이 되려 그들을 악인으로 만드는 먹잇감이 된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내 몸에 유전적으로 세팅된 배려심을 되도록이면 안 꺼내려고 노력을 해본다.


아무나에게나 대접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서로 존중이 오고 갈 수 있는 사람, 혹은 타인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사람에게 대접해줬어야만 하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타인을 귀하게 여겼던 것은 나도 그만큼 귀하게 대접받고 싶었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더욱 배려하고 귀하게 타인을 대했던 것이었다.  


그간 내가 만나왔던 수많은 빌런들은 어찌 보면 그들이 빌런이었기보다 내가 그들을 빌런으로 만든 것은 아니었을까라며 스스로를 책망해보기도 한다.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목을 갖는 것이고,  혹여 그들에게 상처를 받게 될 경우 속이 아프고 쓰릴지언정 그 또한 담담하게 무시하고 이겨내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지금 생각해 보니 어른은 나이만 먹으면 저절로 되는 줄 알았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저절로 되는 어른은 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오랜 고뇌와 고민 끝에 깨달은 사실은 진짜 어른이란 많은 상처와 아픔들을 현명하고 지혜롭게 이겨내면서 극복하며 과정에서 알게 된 삶의 지혜가 쌓이고 쌓여서 성숙하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인내하며 성장하는 사람들에게만 붙일 일 수 있는 타이틀이 아닐까 싶다.


나는 여전히 진짜 어른이 되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 매일 끊임없이 상처받고 치유하며 성숙하고 성장해 간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담담하게 받아들이시오. - 소크라테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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