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미련이라 부를 때 어른이 되는 걸까

현실 감각 키워보기

by 오하루


요즘 뮤지컬 공연 생각이 많이 난다. 최근 핫한 뮤지컬 <시카고>에 푹 빠져있어서 그럴까. 아니면 뮤지컬 배우에 대한 미련이 아직 남아서일까.


코로나 19로 뮤지컬 동호회에서 올리기로 했던 <New 그리스> 공연이 엎어지면서 그나마 활력 있던 일상이 아주 지루하고 재미없어졌다. 공연을 한 달 앞두고 공연이 무산됐기에 더욱 아쉽고, 코로나 19가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너무 막막하다.


잊을 만하면 올라오는 예술에 대한 욕구. 뮤지컬 배우는 나를 거쳐간 많은 예술과 관련된 꿈의 종착역이다.


몽상가 기질이 다분한 내가 세상 속에 살면서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뮤지컬 배우가 얼마나 어리석은 꿈이 었는지 깨닫게 되었고, 나의 꿈은 점차 뒤로 밀려났다.


그러나 아주 어릴 적부터 소망했던 예술을 포기하면서 생긴 상처는 미련이라는 흉터를 남겼다. 돌아보면 남아있는 흔적에 자꾸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현실을 몰랐던 그 시절, 조용히 남모르게 품었던 예술에 대한 기대를, 밖으로 드러냈으나 이내 무너진 꿈을 계속해서 붙잡고 싶어 진다.




내가 예술을 꿈꿨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중 하나는 태생적으로 예술가와 심미안적 기질이 있어서이기도 하다. 정신과 선생님께서 연극배우, 미술가, 가수 등 예술가나 연예인들 가운데 우울증이나 조울증을 겪는 사람도 많은 것을 생각해보면, 예술가적 성향과 완벽주의 성향을 가졌지만 이런 부분이 지속적으로 충족되지 않음에서 오는 좌절이 조울증을 낳은 것이라고 했다.


좋고 나쁨의 문제는 아니다. 체질이나 기질처럼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적성 검사, 성격유형 검사, 심리검사 등 각종 테스트를 섭렵했는데 결과는 일했다.


내가 예체능 쪽으로 재능이 없었다면 일찌감치 포기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끼가 있었다.


그 생각 때문인지 나는 예술을 하지 못한 후회가 가슴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오랜 시간 속에서 무뎌진 재능. 개발시키지 못해 사라져 버린, 다시 살리기엔 너무 늦어버린 나의 꿈이 크나큰 미련이 된 거다.


그 증거라고 해야 할까? 나는 어릴 적부터 예체능을 잘했다. 6-7살 때 부모님께서 유치원 대신 유아 체능단을 보내주셨는데 수영을 주로 했고 가끔 농구, 축구처럼 구기 종목을 하기도 했다. 몸이나 체형도 길쭉길쭉하고 날렵해서 체육 하기 좋은 몸이었다.


7-8살 때는 미술을 좋아했다. 한두 달 미술 학원을 다녔는데, 체육 할 때보다 더 좋았다. 다양한 물감 가운데 좋아하는 색을 고르고 상상 속의 존재들을 그려내는 것이 행복했다. 아직도 생생한 기억 중 하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자신의 꿈을 그리는 시간에 나는 화가를 그렸다. 풀밭에서 이젤을 세워두고, 빵모자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말이다.


중학교 때 그린 그림은 학교 복도에 멋진 액자와 함께 걸리거나 교내 전시회에 올라갔다. 미술 선생님께서 나에게 "미술 배웠어?'라고 물어봤을 정도이다. 체육시간에 높이뛰기를 하는데, 수업 끝나고 체육선생님께서 나에게 와서 "선수 한 번 해볼래?"하고 물으셨다.


고등학교 때는 자발적으로 글을 쓰고 공모전에 나갔다. 학업을 하면서도 글쓰기는 놓치지 않았다. 자잘한 대회라도 나가서 수상을 하다 보니, 재미도 있어서 부족하지만 꾸준히 쓰게 됐다. 그래서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전국 백일장에서 장려상을, 전국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타면서 성과를 보였다.


대학생 때는 "네가 춤추는 건 뭔가 달라"라는 선배와 동기들의 말이 나를 즐겁게 했다. 처음 듣는 음악이라도 리듬을 곧 탔고, 춤 선이 좋아서 춤을 잘 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연극 동아리에 몸담은 4년간, 대사는 좀 씹었지만 감정 연기를 잘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 마저도 연습해서 지금은 딕션 좋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상황이 이러니, 나는 놓쳐버린 시간들이 야속하고 안타까워 마음이 쓰라린다.




나의 지인들과 상담 선생님, 정신과 선생님은 말한다. 내가 현재가 아니라 과거를 살기 때문에,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살기 때문에 감정 기복이 찾아왔다고. 마치 "이제 꿈에서 깨어나!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너 자신을 깨버려야 해. 피터팬처럼 어린이로 남길 바라지 마! 이제, 현실을 살아야 할 때야."하고 말하는 것 같다.


맞다. 나도 머리로는 아는데, 가슴이 따라 주지 않는다. 아직 꿈이 미련이 돼버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나 보다. 나이를 먹었고 어른이 되었는데도 계속해서 사라진 꿈을 바라보며 환상 속에 살고 싶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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