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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미정 Jan 11. 2017

집중과 욕심

내가 알던 집중은 집중이 아니라 욕심이었다...

여행... 두 번째 이야기

어쨌든 날은 밝아왔고 약속된 시간에 약속한 사람이 와서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키비타노바라는, 잘 외어지지도 않는 이름의 도시이다. 창 밖으로 언뜻언뜻 바다가 보인다. 어제 오늘 애타게 찾았기에 수평선을 보니 마음이 시원하다. 저게 아드리안 해라고 남편이 일러준다. 언덕 위에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있다. 갈색의 돌덩어리 같기도 한 게 눈을 확 끈다. 멀리서 보니 하나의 성 같다. 거기가 키비타노바란다. 예쁜 마을이다. 기대감이 상승한다.

어느새 점심이다. 아직 방을 못 받았지만 점심을 먹으며 기다리면 된다. 다음 일정까지 시간도 넉넉하다. 넓고 깔끔한 데 오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익숙한 분위기여서일 것이다. 식당에 들어와 물도 마시고... 이제서야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움직이는 사람들과 앉아 있는 사람들...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니 움직임이 엄청 빠르다. 의외다. 이태리 타임이 보통 30분 이상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속 터지게 느긋하고 시간 개념이 없을 줄 알았다. 사람이 모자라는 것도 아니다. 식당이 거의 꽉 차긴 했지만 일하는 사람들도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그 빠른 움직임에 나도 모르게 계속 눈이 간다.

그런데... 뭔가 다르다. 엄청 빠른데 결코 급해 보이지 않는다. 엄청 빠르게 지나가다가도 눈이 마주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멈춰서, 정말 '멈춰서' 필요한 게 없는지 묻는다.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 물어본다. 필요한 만큼 친절하고 필요한 만큼 여유 있다. 과하지 않고 모자라지 않다. 그래서 군더더기가 없다. 이게 프로구나. 이게 순간적인 집중이구나.

집중... 내가 알고 있던 집중이란 개념이 작은 의미에 지나지 않거나 심지어 잘못되어 있었음을 본다.


상황을 주어진 대로 보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고 싶어했다.
그 상황에서 가장 좋은 해결책을 찾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걸 관철시키고 싶어했다.

내가 원하는 걸 더 강하게 원하는 게 집중인 줄 알았다.
내가 원하는 걸 꺾지 않는 게 집중인 줄 알았다.
이렇게 내가 원하는 걸 원하느라 전체를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내가 알고 있던 집중은 집중이 아니라 욕심이었다.



욕심이 앞서게 되면 해야 할 것들을 하느라 다른 것이 안 보인다. 하지만 '집중'하게 되면 급한 마음에 놓치고 있던 다른 것들이 함께 보인다. 작지만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미 있는 디테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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