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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미정 Jan 19. 2017

자연스럽다는 것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

여행... 세 번째 이야기

여긴 시골 마을이라 동양인이 거의 없나 보다. 식당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니 남자들이건 여자들이건 그림이 좋다. 이 소문만큼은 맞는 것 같다. 그런데 눈이 자꾸 간다. 워낙 무신경해서 어딜 가도 눈에 보이는 것도 귀에 들리는 것도 없는 편인데 이상하게 눈이 쉬질 않는다. 무언가 계속 신호가 감지된다. 

앉아 있는 사람들이 남자나 여자나, 나이가 많으나 적으나 가릴 것 없이 그림이 좋은데... 그림이 좋은데 말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나이가 많은 이들은 머리가 하얗고 다들 배도 넉넉하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이 좋다.

바로 앞의 테이블에는 30대와 40대의 숙녀들이 앉아 있다. 이 쪽 그림도 장난 아니다. 가만히 들여다 본다. 키, 휴먼 스케일로 적당하다. 옷차림,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다. 비정상적으로 길고 앙상하게 뻗은 모델들보다 훨씬  편안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화장기가 전혀 없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이 좋다. 순간, 나를 둘러싸고 있던 무언가가 탁, 벗겨진다.


자연스럽다

흰 머리, 넉넉한 배, 가슴을 덮는 앞치마, 흰 셔츠에 빨간 나비 넥타이, 이 모든 게 자연스럽다. 조각같이 잘 생겨서가 아니라, 조각같은 몸매 때문이 아니라, 자연스러워서 좋다. 그 순간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좋다.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으면 함께 밥 먹는 일에, 사람들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일이면 그렇게 도와주는 일에 집중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그래서 흰 머리와 넉넉한 배가 나이와 함께 이렇게 빛날 수 있고 화장기 없는 얼굴이 평범한 옷 맵시와 함께 이렇게 빛날 수 있는가 보다. 남들하고 비교해서 '꿀리지 않는' 게 아니라 



  지금 여기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기 때문에 

이렇게 빛날 수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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