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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미정 Dec 02. 2017

나는 영원한 네 편~

"선생님, 저 결혼해요!"

유학 시절, 딸처럼 부둥켜 안고 지내던 제자다. 열 살밖에 차이가 안 나지만 그 당시에 데리고 나가면 웃음기 없었던 나는 늙어 보이고 언제나 밝은 그 아이는 유난히 동안이어서 모녀지간이냐 묻는 사람들이 심심챦게 있었다. 그랬던 아이가 결혼한단다. 얼마나 기다렸던가!


새신랑에게는 미안하지만 나에게는 그녀가 우선이다. 시부모님은 계시냐, 형제 자매는 어떻게 되냐, 일단 호구조사부터 들어간다.

"시부모님들도 다 계시고 좋은 분들이셔요. 친구들이 너무 잘하려고도 하지 말고 못하겠다 하지도 말래요."

아직 묻지도 않았건만 다음 질문에 벌써 답한다. 인생 한 고비 넘긴 이들이나 알 수 있는 것을 젊은 친구들이 벌써 다 꿰뚫고 있다. 정보의 공유는 인생도 공유하게 하나보다.

"그래, 네 말이 옳다. 그냥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으면 되지, 뭐."

"저도 완벽하지 않은데 신랑한테 감사해요."

"너는 완벽한데?"

"아이 참, 쌤은~, 쌤이 그라문 안 되지."

"아니야, 너는 완벽해! 나는 언제나 어디서나 영원한 네 편~"

"쌤이 그렇게 비논리적이면 어떡해요!"


수화기 너머의 타박이 왜 이리 이쁜지 모르겠다. 아마 그녀도 알게 될 것이다. 영원한 네 편이려면 동시에 언제나 어디서나 영원한 그녀의 신랑 편이기도 해야한다는 걸. 그게 논리 중에 가장 힘센 논리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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