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선생님이 '형식이 없으면 마음을 어디에 담으려고?'라고 그러셨어." 선생님은 결혼식을 하지 않으려는 제자들에게 그 말을 했다고 했다.
형식이 없으면 마음을 어디에 담는가,
형식이 없으면 마음을 어디에 담는가,
형식이 없으면 마음을 어디에 담는가.
나는 뭔가 담긴 것 같은 그 말을 몇 번 돼 내었다.
함께 살기로 작정한 그 마음, 오래오래 옆에서 서로 벗이 되어주자고 다짐하는 마음, 이왕 사는 거 즐겁게 지내보자고 약속한 그 마음을 담는 곳이 결혼식이라고? 그 해석은 새롭게 다가왔다. 누군가는 당연한 듯이 하는 결혼, 쉽게 식장을 빌려서 하는 일명 '공장식 결혼'의 의미를 계속 고민하면서 질문을 던지는 것도 실은 내가 이왕이면 '잘'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약속을 꼭꼭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식에 앞서서 굳이 '결혼'이라는 것을 하는 것도 이 마음을 잘 담아둘 수 있기 때문인 건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인류가 개발한 것은 '결혼'이니까. 근대 그 말은 결혼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직업이라는 것도 실은 우리가 세상에 이뤄졌으면 하는 마음을 담는 형식이 아닐까. 더 크게, 우리의 삶 자체가 형식이라면 우리는 이 삶을 통해서 어떤 마음을 담아내야 하는 것일까?
- 선생님, 근대 그게 꼭 식(式) 일 필요는 없잖아요?
나는 이제 결혼식을 할지 말지에 대한 고민은 그만해도 될 것 같았다. 결혼과 결혼식을 고민하는 마음은 실은 누구나 하는 것을 하고 싶지 않은, 그런 웃긴 마음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형식에 마음을 담을 수 있을까. 좋아하지 않는 흰색의, 좀처럼 입지 꼭 맞는 드레스를 입지 않고 좋아하는 붉은색의 옷과 편한 옷을 입고 '웨딩로드'를 걸어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의 고민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