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조각들의 퍼즐여행. (기억과 우연의 시퀀스)
시작이 가운데다.
가운데에서 시작한다.
무슨말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
정말 좋은 영화들은
관객을 위한 공간을 남겨둔다.
완성된 영화는 8~9까지만, 나머지 1~2는
개인의 경험이나 상상으로 채워주어야 비로소
한 작품이 완성되어 마음속에 저장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5~6정도만 채운 채 엔딩크레딧을 올린다.
일부 관객들은 혼란스러울 수 있고 논리적인 접근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것이 당연하다.
결과적으로 나에겐 좋은 영화였다. 이 영화를 리뷰할 때
"연출이 어떻네, 연기가 좋았네, 어쩌네 저쩌네."
이 같은 분석적인 사고를 할 겨를이 없었다.
오로지 이 영화가 던지는 여러 조각들과
내 경험이 묻은 조각들로 퍼즐을 맞춰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요약 줄거리, 스포있음)
한 남자(윤영, 박해일)와 한 여자(송현, 문소리).
안면이 있는 두 사람은 신촌에서 우연히 만나 대화를 통해 서로의 사정을 알게되고 갑자기 군산으로 떠난다.
군산의 어느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식당 주인(백화, 문숙)에게 한 민박집을 추천받게 되고 그 민박집에서 며칠 묵으면서 민박집 주인(정진영)과 그의 딸(박소담)을 만나게되고, 엇갈리는 관계들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네이버 영화 줄거리 소개글에도 일부는 의아한 부분이 있다.)
선배(윤제문)가 아내(문소리)와 이혼했다. 그 이혼소식이 반가웠던 윤영(박해일)은 함께 군산으로 떠나는데,
다가가는 윤영에게 선을 긋는 선배의 아내. 그녀는 민박집 주인에게 매력을 느끼며 다가가고,
그것을 몰래 지켜본 윤영, 그리고 그를 몰래 지켜본 민박집 딸은 윤영에게 다가가는데
정확히 감정교류가 완성되는 커플은 없다. 오로지 관객이 추측할 뿐이다.
포스트모너니즘에서 주장하 듯,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의 관계에서도 그러하다.
확실한 것은 없다.
이 영화는 인물도 사건도 뭐 하나 확실한게 없이 애매모호하지만 시인, 윤동주, 조선족, 후쿠오카, 재일교포, 화교, 거위, 군산, 사랑, 상처, 이혼, 가족, 자폐 등 스토리가 있는 모든 조각들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신비한 연결고리를 가져간다.
더불어 이 영화는 눈을 감고도 보일만큼 아름다운 소리들로 군산이라는 배경을 묘사한다. 바람소리, 풀숲소리, 바닷소리, 새소리, 그리고 문소리...ㅎㅎㅎ 적당한 웃음 포인트들도 있다.
(지금 무슨 소릴.)
영화 <경주>에서도 느낀거지만 장률감독의 영화는 공간의 미학이 숨겨져있다. 그것이 이중적인 역사가 얽힌 도시의 개념일 수도 있고 차가 아니라 사람이 걸어가는 터널, 기차가 다니지 않는 기찻길, 좁지만 넓게 쓰이는 일본식 가옥구조일 수도 있다. 같은 공간을 다른 공간으로 느끼게끔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거울, 액자에 비치는 작은 움직임까지 담아, 눈 둘 곳이 많은.)
"두서없이 적어도 용서해 줄 것만 같은 영화."
⠀
"스쳐지나간 배우 하나하나도 잊혀지지 않는."
"군산이라는 도시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
"우연을 믿는다면, 굳이 진리를 따지지 않아도."
⠀
⠀
☆ 4.0 / 5.0
⠀
#군산 #영화군산 #군산거위를노래하다 #장률 #박해일 #문소리 #정진영 #박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