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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씨네 Oh Cine Nov 13. 2018

오씨네 영화리뷰<블루 발렌타인>

가을에 볼 만한 현실 로맨스 영화, 두 탑배우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고찰

<블루 발렌타인, 2010>            




지금 당장 연애에는 갈증을 느끼고
결혼에 대해 막연한 조바심이 든다면
꼭 멈춰서서 보고 가야 할 현실적 이야기.




딘(라이언 고슬링)과 신디(미셸 윌리엄스)는 딸 하나와 함께 살고있는 평범한 가정의 6년차 부부다. 각자의 삶에서 책임져야 할 부분이 점차 많아지면서 어느 덧 서로에 대한 아무런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이삿짐센터에서 일하는 청년 딘은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신디에게 반하여 적극적인 구애를 한다. 의대생이던 신디는 사실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고, 임신중제수술을 결심하였지만 덜컥 겁이난 신디는 수술실을 뛰쳐나온다. 밖에서 가슴졸이며 그녀를 기다리던 딘은 신디에게 뱃속의 아이까지 함께 가족이 되자고 제안한다. 다정하고 책임감있는 모습의 딘, 똑부러지는 성격의 신디, 외모까지 훌륭한 두 선남선녀의 아름다운 사랑은 그렇게 완성된 듯 보였지만, 결혼 후 낭만이 제거된 현실은 머리가 반쯤 벗겨진 아저씨, 뱃살이 축 늘어진 아줌마의 모습으로 서서히 변해갔다. 딘은 사랑을 지키고 싶어 예전 사랑하던 때의 모습을 재현하려 노력해보지만, 그런 그가 갈수록 철 없는 애처럼 느껴지는 신디는 결국 이별을 준비한다.




영화 속 대사는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유독 따갑게 느껴진다. "당신은 내가 무슨 말만 하면 말꼬리를 잡고 비비꼬아서 기분을 나쁘게해, 어른스러운 대화가 안돼. 그래서 말을 하고 싶지가 않아." "나도 마찬가지야." "늘 제자리야. 늘 같은소리. 똑같다고." "지겨워. 난 다했어. I'm done. 질려. Nothing, Nothing! 오만정이 다 떨어졌어. 이제 말하기도 지친다. 그만하자."
둘만 있는 차 안에서, 사람들이 많은 병원에서,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싸우는 장면들은 누구나 한 번 쯤 겪었을 잊어버린 좋지 않은 다툼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할 만큼 리얼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너무 멋지고 예쁜,
80년생 동갑내기 라이언 고슬링과 미셸 윌리엄스.
두 사람이 지금보다 8년 더 젊고 아름다운 갓 서른살 때 찍은 영화다.
하지만 영화 속 모습은 지금의 모습보다 최소 8살은 더 많아 보이는 아저씨, 아줌마의 모습으로 열연했다. 결국 시간이 지나 그들은 골든글러브를 거머쥔 탑배우들이 되었다. 특히 미셸 윌리엄스의 연기를 보면 정말 깊다. 영화 속 그녀의 얼굴을 통해 너무도 아픈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미 서른전에 너무 많은 것들을 경험해버린.. 사랑, 결혼, 출산, 이혼, 그리고 전 배우자의 사망까지.. 특히 이 영화는 히스레저의 사망직후에 크랭크인 하기로 되어있었으나, 딸 마틸다와 함께 안정의 시간이 필요했던 미셸은 데릭 감독에게 촬영스케줄 조정을 부탁했고, 감독은 그를 수락해주었다고 알려져있다. 훗날 미셸은 데릭 감독에게 '내가 살면서 받았던 최고의 호의." 라고 인터뷰 했던 글을 본적이 있다.




제목도 너무 좋다.
블루 발렌타인(Blue Valentine)
사랑을 의미하는 Valentine 앞에 Blue라는 차갑고 이성적인 의미의 단어가 결합되었다.
그렇기에 영화는 사랑의 감정을 막연히 낭만적이거나, 지극히 부정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덤덤하게 풀어간다.




영화의 마지막 엔딩이 너무 좋았다.
사람은 보통 본인 인생 최고의 모습일 때 결혼을 한다.
그리고 대개 최악의 모습에서 이혼을 하게 될 것이다. 딘은 자신의 바닥의 모습에서 만회하는 모습을 보여줄 기회를 달라고 하지만, 끝내 신디는 미안하다는 인사로 거절한다. 결국 파국을 맞이한 부부, 곧 화면은 과거 결혼할 때 서로 영원하자는 약속의 모습과 교차된다. 그리고 불꽃놀이를 배경으로 딸을 철없는 본인 스타일로 엄마에게 보낸다. 왜 하필 뒤에선 불꽃놀이를 하고 있나 생각해봤다. 사랑을 불꽃에 비유하는 경우가 꽤 많다. 뜨겁게 사랑하는 것이 열정과 낭만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불꽃은 상당히 위험하다. 항상 조심해야한다. 주의사항을 잘 읽어보고 가져가야한다.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야, 애를 생각해야지."

"지금 애 생각 뿐이야."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함께 하자고 했잖아, 약속했잖아."

놓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짜릿한게 연애라면,
절대 놓아서는 안 될 책임감에 저릿한게 결혼이란 것이 아닐까.

☆ 4.5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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