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없는 것이 abnormal
인류의 역사 동안 전쟁이 없던 해를 다 모으면 100년도 채 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인류에 있어서 전쟁은 필수불가결한 행위다.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생존을 위해서, 자원 때문에, 그냥 마음에 안 들어서, 종교의 이유로... 하지만 표면적인 이유가 다양할 뿐이지 알고 보면 대다수는 결국 생존과 경제로 귀결된다. 전 세계 모든 시민이 풍족하게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면 누가 전쟁을 하고 싶을까. 하지만 그런 유토피아 따위는 있을 수 없다. 그렇기에 전쟁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슬픈 일이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분쟁이 있을 수밖에 없는 곳이다. 그렇기에 지정학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시민이 국제정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6.25 전쟁 이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어쩌면 기적에 가깝다. 물론 외교적 노력, 주한미군 등이 실질적으로 전쟁을 방지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곳은 오늘 당장 전쟁이 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곳 중 하나다. 오늘의 평온이 소중한 이유다. 이렇게 위험한 곳에 살고 있는 시민이지만 이상하리만큼 국제정치에 관심이 없다. 지정학에 관심이 없고 세상 일을 거의 주식 시장 정도로만 바라볼 뿐이다. 지난 6월 13일 이스라엘은 이란 공습을 단행했다. 이란이 가진 핵시설을 타격하는 예방공격을 실시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과거 오시라크 원자로 공습을 통해 이라크의 핵 계발을 완전히 차단했던 사례가 있다. 이 역시 예방공격이었다. 중동의 절벽에 매달려 있는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중동에서 이슬람 국가가 핵을 가지는 것은 곧 죽음과도 같기에 이렇게 말도 안 될 것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정학적 지식이 부족하다면 이스라엘이 그저 전쟁을 일으켰다며 비난한다. 하마스와의 전쟁 때도 마찬가지다.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생존을 위해 전쟁을 한다.
국제 사회는 무정부 상태이기 때문에 질서랄 것이 사실상 없다. 정글이다. 현실주의적 시각이 그렇다. 특히나 지금과 같은 시대는 더욱이 현실주의적 현상이 드러나고 있다. 중국의 부상, 이란의 핵 계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은 지정학을 공부하고, 국제정치를 이해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놀랄 것도 없는 당연한 것이다. 그들이 전쟁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국제정치의 속성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더하여 그것은 인간의 속성이기도 하다. 전쟁은 나도 반대한다. 하지만 국가는 늘 생존할 수 있을지 두려워한다. 과연 우리나라가 북한에게 침략당한다 하더라도 전쟁을 반대하기에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할까. 일본의 영웅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장군을 테러리스트라고 할 것인가. 세상 일은 그렇게 두부 자르듯 선, 악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공부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정학과 국제정치에 대한 이해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