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ason Leung, money(unplash)
사실 이 글은 실험적인 글이다. 혹여나 제목을 보고 혹해서 터치 혹은 클릭하신 분이 계시다면 천기누설 같은 꿀팁은 없음을 사전에 밝히니 백스페이스를 누르셔도 상관없다. 학술적인 글이 아닌 데다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 여부에 대해서도 따져보지 않은 순수하게 작가가 가진 세상을 보는 눈으로 해석한 주관적인 글임을 밝혀둔다.
인간의 역사 속에서 가치가 있는 어떤 자산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변해왔다. 사유 재산이라는 개념이 생긴 것은 농경사회가 되면서 잉여 곡식을 보관하는데서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후 산업혁명과 함께 자본가가 출연했다. 돈이 자산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지는 인류 역사에 비견하면 짧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 돈은 앞으로도 인간에게 있어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것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돈을 버는 방식은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학술적인 얘기는 굳이 하진 않겠다. 중요한 건 지금 순간 돈을 버는 방식, 혹은 돈이 되는 것이 지난 몇 년 사이에 급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은 순환한다. 생각보다는 선순환이다. 부의 쏠림 현상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것이 발생하는 불평등의 원인은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는 것이지 사회구조가 불평등하기 때문인 것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된다. 돈을 버는 방식이 변했기 때문이다.(초기 산업혁명 이후 자본가의 출현과 디지털 시대 - 특히, 소셜 미디어의 시대 이전까지의 구조적 불평등을 인정하지 않는 게 아니다.)
핵심은 '명성'이다. Reputation. 명성. 이름값을 말한다. 이름은 누구나 있으니 그걸 이용하면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이름을 파는 것이 항상 좋은 결과만 가져오진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내 이름을 팔 것인가. 말 것인가. 팔아서 성공할 경우 엄청난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다. 하지만 이름값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속박당할 것이고, 감시당할 것이다. 이름을 팔지 않는 방법도 있다. 평범하지만 엄청난 부와 명예를 얻을 리 만무하다.(더러 부를 얻는 경우도 있지만 상속에 의한 부가 아닌 이상은 돈 냄새 잘 맡는 세상 사람들에 의해 금방 입소문 나서 이름이 알려지기 마련이다.)
유명세에서 세는 稅자를 쓴다. 세금이란 뜻이 있다. 명성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무릇 내야 할 세금이 이런 것이다. 알려지면 피곤하다. 내가 감당할 만큼만 알려지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 상당한 행복을 주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대신 그 정도 알려져서는 엄청나게 돈을 많이 벌 수 없다. 요즘 유튜버들이 돈을 버는 방식이 바로 이런 것이다. 최근에 핫이슈가 된 유튜버 몇몇을 생각해보자. 이근 대위는 유튜버이면서 진짜 사나이 1기 교육대장으로 일약 스타가 됐다. 하지만 성추행 논란, 빚투 논란 등으로 꽤나 어려움을 겪었다. 물론 본인이 해명하고 어떻게 우야무야 잘 넘어간 듯 하지만 본인과 가족들이 겪었을 유명세를 생각하면 결코 겪고 싶지 않을 수준이다.
병역 기피자라는 오명으로 인해 아직까지 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인정과 인권에 호소하던 유승준 씨는 최근 작심한듯한 발언으로 유튜브 한편을 올렸다. 현재 조회수 205만 회(12. 27 기준)를 달성했다. 불과 일주일 만에. 유튜브의 수익구조를 잘은 모르지만 81만 회의 조회수를 달성한 소련 여자의 기부 관련 영상으로 번 수익이 100만 원이라고 했으니 단순 계산으로 2.5배의 조회수니 250만 원을 벌었을 것이다.(유튜브 수익구조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단순 셈법이니 해당 내용이 오류가 있다면 이해 바람.) 다만, 유승준 씨의 병역 기피 여부에 대해서는 그가 유튜브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그리고 실제 여러 법리적 검토를 해본 결과 생각해볼 여지가 충분히 있는 사실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의 발언이 옳은지 그른지가 아니라 유명세에 대한 말을 하고 싶은 것이므로 본질을 흐려서는 안 되겠다.
유튜버로 셀럽이 된 '입 짧은 햇님', '벤쯔', '대도서관' 등 수억~수십억 대의 수익률을 올리는 사람들 역시 존재한다. 그들의 콘텐츠가 대단한 건 사실이지만 나 같은 사람에겐 사실 식상하기도 하다. 과거 한국의 히로스에 료꼬로 이름을 날리고 롤러코스터에 출연한 적이 있는 얼짱 출신 배우 '이해인'씨는 더 이상 연기로 성공하기 어렵게 되자 유튜버가 되었다. 하지만 평범한 유튜버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안 그녀는 매우 야한 옷차림으로 피아노를 치는 영상을 올려 대박을 쳤다. 인터넷 기사에 그녀를 '디지털 창녀'라고 소개하였고 그로 인해 또 유명세를 탔다. 구독자 수 대비 해당 동영상은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모두 다 거의 본 적이 없다. 유튜브, 연예 관련된 내용은 90%가 다 기사로 접해서 '알고' 있는 것이지 보질 않는다. 시간이 아까워서.)
재밌는 것은 그녀를 '디지털 창녀'라고 표현하며 욕하는 영상을 찍어 올린 유튜버는 타인의 명성을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자신의 명성을 올리려 시도했다. 이 정도에 이르니 유명세라는 것은 제로섬 게임은 아닌 것 같다. 유튜버 세상은 그것이 반복된다. 샛별이 떠오르면 그 샛별에 기생하여 같이 떠올라보려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함께 유명세를 치른다. 실제로 조회수가 높은 영상이 올라오면 그 영상에 대한 비평이 콘텐츠인 영상이 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다. 조회수 기생이다. 이러한 마케팅은 옛날부터 유효했다. 유명한 관광지에 음식점을 차리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랄까? 소비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이다. 광고 5초를 보고, 콘텐츠를 시청하는 시간을 소비할지 결정할 뿐이다.
이러한 경제 구조의 순환 방식은 대충 이러한 듯하다. 소비자는 자신의 시간(인생)을 소비한다. 그렇게 소비된 시간은 유튜브(구글)에게 광고수익을 가져다준다. 광고주는 그렇게 광고한 것으로 판매 수익을 거둔다. 이것을 소비하는 것은 또 소비자의 몫이다. 소비자는 시간도 소비하지만 또 광고주가 판매하는 것을 소비하기 위해 일을 한다. 다만 소비하는 사람과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광고주가 잘 모르는 사실이기도 하다. 유튜브를 종일 시청할 정도로 여유가 넘치는 사람은 돈을 그만큼 벌기 힘들다. 상속된 재산이 많아서 마음껏 소비할 수 있는 사람들을 제외한다면 크리에이터의 세계 내에서 이 돈은 선순환한다.(직접 별풍선과 같은 재화를 구매하여 소비자 - 크리에이터 거래 형식으로 이뤄지는 아프리카 TV 등의 경우는 조금 더 전통적 방식. 시장이라고 하는 장소가 인터넷 공간으로 확대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일을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함이 크던 시절이 있다면 지금은 소비하기 위해 일을 한다. 자동차, 집, 휴대폰 등을 갖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투자하여 돈을 번다. 유튜브 역시 광고주로부터 그렇게 얻은 광고수익을 크리에이터에게 다시 분배한다. 크리에이터는 자신이 가진 콘텐츠(아이디어, 생각)와 더불어 자신의 명성을 판매한다. 너무 단순한 구조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생각보다 돈의 흐름은 단순하다.(그 중간에 껴드는 여러 변수들 역시 따지고 보면 이러한 순환의 반복이다. 불법적인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이러한 면에서 유튜버가 차라리 인간다운 삶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범인(凡人)은 죽으면 소비했던 제품만 남기지만 그래도 유튜버는 명성을 남긴다는 점에서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옛말에 일맥상통하다.
핵심은 유명세다. 실험적인 이 글을 쓰는 것은 바로 유명세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명성을 판다는 것은 꽤나 골치 아픈 일이다. 그 세가 생각보다 세다. 자유를 인간의 핵심가치로 삼는 이 시대에 사실 자유를 상당히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크리에이터라고 하는(혹은 유튜버) 새로운 직종의 등장은 바로 이것과 관련 있다. 기존의 인간 세상은 아무리 유명해지려고 해도 그것이 쉽지 않았다. 전 세계가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이 동네에서 좀 알려진 사람이야 하더라도 매체를 통해 전해지지 않는 한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엔 내가 올린 피드가, 동영상이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에게 인터넷 공간에서 노출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이 내 사진, 내 글을 갖고 좋은데 쓸지 나쁜 의도를 가지고 활용할지 난 알 수가 없다. 과거 살집이 있는 어떤 한 청소년이 올린 장난스러운 짧은 비디오를 악의를 갖고 합성, 편집하여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 : 인터넷 상에서의 괴롭힘) 밈으로 활용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크리에이터들도 지구 반대편에서는 그렇게 쓰일지 모른다. 이 문제가 너무 심각해서 UN에서 관련한 회의, 정책이 지속적으로 시행되고 있을 정도다. 어떤 잘 만들어진 콘텐츠는 명성과 아이디어의 적절한 혼합에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부족하면 명성을 더 파는 쪽으로 이뤄질 것이며, 명성이 없는 한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라 할지라도 소비되기 쉽지 않다. 전자의 경우 결국 타인을 험담하거나, 조금 더 노출이 심한 영상 등 소위 말하여 자극적인 콘텐츠를 내세우게 될 가능성이 크다. 댓글과 관련하여 끊임없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것이 이런 이유다. 연예인은 그 직업 자체가 명성을 파는 직업이고 오래된 직업이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다.
하지만 요즘 사람 사는 모양새는 전자를 선호하는 방식으로 간다. 인간의 수명은 늘어났으나 짧은 시간에 성공하여 대박을 터뜨리길 다들 원한다. 다소 이해할 수 없는 이러한 삶의 방식은 자신의 명성이 악의적으로 판매되더라도 좋으니 일단 대박만 터져보자라는 심산의 크리에이터들에 의해 폭주한다. 온갖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난다. 구독과 무관하게 AI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되는 콘텐츠는 우리 아이의 아이디로 로그인된 유튜브에도 가끔 얼굴 붉힐만한 내용을 추천하기도 한다. 소비의 선순환은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냈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것이 경쟁이 되면서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왜 항상 인간은 이렇게 골칫덩어리를 함께 만들고 다니는 것인가.
명품, 명작은 악의적이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본다. 또한 그렇게 만들어진 것들은 고전의 반열에 올라 시대를 넘나들며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게다가 고전을 창작한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있던 시대에 인정받지 못해 가난하게 살았던 경우가 흔하다. 예술가는 배고프다는 말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고전이라고 불릴만한 것들이 베토벤이 활동하던 1800년대 이후에 나왔을까. 언뜻 기억나지 않는다. 미술작품이나 글 중에서는 그런 것들이 더러 있는 듯 하지만 그마저도 그 당시 매체의 한계로 인해 전파되기 어려웠음에도 지구 상에 전파된 것에 비하면 지금의 파급력은 약하다고 생각된다. 앞으로 시대가 더 지나면 그중에 고전으로 읽힐만한 것이 남을지 모르겠다. 다만, 지금의 유튜브에 올려진 영상 중에 고전으로 평가될만한 영상이 얼마나 있을까 모르겠다. 과학의 발전으로 데이터 센터 운영 전력, 규모가 작아지지 않는다면 이렇게 불필요하게 늘어나는 영상들이 지구 상에서 차지하는 공간, 소비될 에너지로 갉아먹게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고전은 단기간의 명성보다는 오랜 기간 축적된 명성에 의한 평가가 한몫한다는 생각이 든다. 예술의 속성엔 반드시 이점이 포함될 것이다.
소비자는 인생을 소비하며 그들의 명성과 아이디어에 손뼉 쳐줄 것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공평한 시간이지만 낭비되고 있음을 인지하진 못할 것이다. 또한 명성을 판매한 대가로 얻어지는 고통은 그들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난 알려지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알려지고 싶지도 않다. 이 글을 쓰는 것도 알려지고자 쓰는 것은 아니다. 앞서 다른 글에서 밝혔듯 생각을 배설할 공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들은 끊임없이 유명세를 치르면서 그 대가로 자신이 얻는 부에 만족하며 정신 승리할 것이다. 그들의 용기에 난 박수를 친다. 지금도 내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하면 3개의 기사를 찾을 수 있지만 모두 많이 읽힌 기사가 아니라 다행이라 느낀다. 적당한 명성이 난 좋다.
디지털 시대에 돈 되는 일에 대해 글을 쓴다고 제목을 정했지만 이는 마치 썸네일에 자극적인 사진이 들어있는 유튜브 콘텐츠와 비슷한 맥락이다. 이 글은 제목처럼 돈 버는 방법(대박)을 알려주는 글이 아니라 꽤나 지루하고 재미없는 철학적인 글이다. 인간의 명성과 자유, 소비와 생산에 관한 글이다.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The Buggles의 노래처럼 활자는 요즘 인기 없는 콘텐츠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활자를 활용하는 내 콘텐츠는 아무리 아이디어가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유튜버처럼 70억 조회를 달성할 수 없다는 점에서 난 브런치가 좋다.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명성을 팔면 되기 때문이다. 조그마한 명성을 누려본 적 있는데 그거 꽤 피곤했다. 안전에 대한 위협도 감당해야 한다. (앞으로 안전은 더 큰 이슈가 될 것이다. 연예인들이 자신들의 자녀를 공개하기 꺼려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어떤가. 자신의 명성을 팔아서라도 부자가 되어볼 용기가 당신에게는 있는가? 그렇다면 크리에이터의 대열에 한 번 합류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그들의 삶이 잘못됐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이다. 설리도 구하라도 그랬을 것이다. 과거와 다르게 이제는 명성이란 게 누구에게나 태어나면서부터 가질 수 있는 기본 소득과 같다. 이제 그것을 어떻게 소비할지에 대한 (소비할 마음이 있다면) 연구는 독자의 몫이다. 부디 선한 마음으로 소비하여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