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유명해지고 싶지 않습니다.
*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어떤 목적의식을 가지신 브런치 작가님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자 함입니다. 다른 이유는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지메일 알림이 떴다. 브런치에서 온 메일. 브런치에서 온 메일이라는 것을 보는 순간 누군가 제안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눌러보니 모 방송사 작가분이라고 하신다. 문의하실 게 있다면서 연락처를 남겨주셨다. 처음부터 방송사와 어떠한 협업도 할 생각이 없는 터라 휴대폰 번호가 아닌 이메일로 답을 드렸다. 그래도 정보가 필요하면 드릴 요량으로 답은 했다. 좋은 프로그램 기획을 갖고 계셨다. 나 역시 그에 동의하고 어쩌면 더욱이 그런 방향으로 갈 수 있길 바라는 한 사람으로서 프로그램 자체의 기획에는 전혀 반대할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조심스럽게 거절했다. 거절한 이유는 간단하다. 별로 유명해지고 싶지 않아서...
이런 말에 분명히 의문을 가질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브런치를 하느냐, 소셜 미디어는 왜 하느냐 등등... 안타깝게도 요즘 같은 세상에 영상 매체가 아닌 텍스트화 된 매체로 내가 쓰는 글 수준으로 유명해질 수는 절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글을 많이 읽지 않기 때문이다. 한 노래 가사에서는 비디오 스타가 라디오 스타를 죽일 것이라고 하였는데 텍스트 스타까지도 다 죽어버린 느낌이다. 브런치는 이 생태계 내에서 어느 정도 안전하다고 느끼며 마음껏 내 글들을 배설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다. 어떤 글은 조회수가 6만이 넘었고 총조회수가 10만이 훌쩍 넘었다고 한들 10만 명의 독자가 읽은 것은 아닐 것이고 그분들 중 과연 내 글을 심도 깊게 읽고 기억해주시는 분이 얼마나 될까. 대다수는 스쳐 지나가는 엔터테인먼트의 아주 사소한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꼼꼼히 읽어주시는 독자분이 아예 없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유명세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유명세를 별로 치르고 싶지 않다. 아이들 얼굴과 이름이 세상에 온데 다 팔리게 만들고 싶지도 않다. 그 아이들이 그것을 원하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게다가 지금은 아무 생각 없이 신나고 재밌어 보여서 수락했다고 해도 평생 그것이 아이들에게 흑역사로 남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너무 조심스럽고 걱정이 많다고? 일단 유명해져나 보라고? 그런 실험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겪은 것으로 족하다. 요즘 같은 영상 매체가 활발한 세상에 소셜 미디어에 조회수가 수십 수백만을 찍는 것이 흔하디 흔한 일이다. 대다수는 그것을 이용하여 돈도 벌고 영향력도 발휘하고 좋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의 어떤 '생각'을 영상 매체를 통해서 공개하고, 그에 부속된 무엇인가가 딸려 나오는 것은 소위 말해 온라인 상에 '박제' 당하기 일쑤다.
적어도 브런치를 읽는 분들 중에서는 아주 심한 혐오 의식이나 분노조절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어떠한 문제를 가진 분들이 흔치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기에 브런치 정도 플랫폼에서 아주 '조금' 알려지는 것은 유명해진다고도 볼 수 없고 대다수의 기억에 스쳐 지나갈 뿐이기에 더욱더 휘발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명한 방송사에 영상 매체로 나오는 순간 '박제'되어 영원히 남게 될 것이다. 그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던 없던 중요한 게 아니다. 또한 내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영상에 내가 등장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 나에게 선택권이 주어졌다. 그렇기에 거절할 수 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사실... 꾸준한 브런치 활동은 언젠가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는 말처럼 어떠한 제안이 올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일이 진짜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통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출판 제안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방송 인터뷰일 수도 있다. 알 수 없으나 유명해지고 싶다거나,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거나 등의 이유로 브런치를 하는 분들이라면 브런치는 분명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플랫폼이다. 그분의 구독 작가가 1명뿐이라는 것은(브런치팀) 아마도 이 생태계 내에서 작가로서 기획하고 있는 어떠한 주제에 대해 적합한 사람들을 찾아 헤매고 계시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글을 쓰시는 것도 아니고 어떤 특정 작가들을 구독하시는 것도 아니지만 분명 그런 NPC 같은 분들이 이 세계에 존재하고 있다.
오늘 밤 당신이 될 수도 있다. 마음껏 생각을 글로 배설하자. 그것이 목적이라면 더욱더 그렇게 해야 한다. 물론 유명해지고 싶지는 않지만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방송 출연이 목적이라면 그것도 괜찮다. 나 역시 그 부분에 있어서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답장을 했다. 이 글을 보는 다른 작가분들은 나와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 분명 그런 기회가 왔을 때 거머쥐고 승리를 외칠 수 있을 것이다. 가문의 영광이 될 수도 있고, 인생 역전의 기회가 될 수 도 있고, 추억이 될 수도 있다. 어떠한 이유던 글을 쓰는 도전은 숭고하다. 브런치 작가님들을 응원한다.
* 살면서 인터넷 기사에 3번 나온 적이 있고 그중 한 번은 네이버 메인에 뜬 적이 있으며, 고등학교 때 골든벨을 하면서 잠시 나온 적, 장학퀴즈에 잠시 나온 적이 있지만 다행히 아무도 기억하지 못해 흑역사 따위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목가적인 제주의 풍경에 파묻혀 한라산 석양이나 홀짝이며,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괴물 놀이를 마음껏 할 수 있을는지 모릅니다. 우리 아이들은 왜 괴물 놀이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우어어' 소리를 내며 너른 마당을 뛰어다니며 땀 뻘뻘 흘리는 이 삶이 저는 좋습니다. 지금은 저에게 있어 아이들에게 집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