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는 최고의 작품이라고요!
가장 많이 본 만화가 뭔가요?
저는 짱구를 보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OTT서비스가 생기고부터는 밥 먹을 때 항상 짱구 극장판을 틀어놓곤 합니다.
짱구는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어떤 에피소드이건 감동과 깨달음을 주거든요. 제가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건 짱구 극장판 [전설을 부르는 춤을 춰라, 아미고!]입니다. 이 극장판이 인터넷에서는 철수 엄마가 잔인하게 나오는 걸로 유명하더라고요. 안 보신 분들을 위해 대강 설명을 해보자면, 곤약으로 복제인간을 만들어서, 전 세계인들이 삼바를 추게끔 하는 내용입니다. 물론 주인공 짱구는 그걸 막는데 도움을 주고요.
스토리만 들으면 정말 어이가 없고, 이게 무슨 감동을 주는 건가 싶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짱구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나옵니다. 그들이 가진 이야기가 하나하나 나와서 누구도 함부로 미워할 수가 없어요.
아, 인터넷에서는 짱구 친구인 훈이를 보고, 훈발놈이라고 하더라고요? 다른 극장판에서 짱구가 쫓기고 있을 때, 과자 묶음에 넘어가서 짱구를 팔아먹으려 했거든요. 사실 전 5살이니까, 과자에 친구 팔아먹으려고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훈이만 그런 것도 아니고, 짱구 친구들 모두가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면서도 과자 묶음에 넘어갔거든요. 물론 나중에는 다 같이 뉘우치면서 훈이도 철수도 맹구도 유리도 모두 짱구가 도망갈 수 있게 도와주지만 뭐 훈이가 앞장서서 하기도 했고... 워낙에 겁이 많고, 칭얼댐이 많은 아이라 훈발놈이라는 안 좋은 별명이 생긴 거 같습니다.
아무튼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 삼바 이야기에는 아주 중요한 '우무 클론 인간'이라는 게 나옵니다. 복제인간인데요, 곤약 인간을 만들면 본체, 즉 복제인간의 토대가 되는 인간이 복제인간의 행동과 똑같이 행동하게 됩니다. 즉 곤약 인간을 이용하면 인간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삼바라는 웃긴(?) 소재에 묻혀서 그렇지 아주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이 곤약 인간 때문에 인간의 다양한 모습들이 나오게 되는데, 저는 그게 너무 좋았습니다.
case 1. 나를 싫어하던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
위에서 이야기하던 훈이는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수지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다만 비극적 이게도 수지는 짱구를 좋아하죠. 어라? 그래서 짱구를 넘기려 했던 걸까요? 경쟁자 제거를 위해서? 수지가 곤약 인간으로 바꿔치기당하자 가장 먼저 알아챈 사람도 훈이였습니다.
짱구는 수지를 좋아하지 않기에, 자기를 좋아해 주던 수지임에도 가짜인걸 몰랐거든요.
사랑의 힘일까요. 사랑꾼 훈이는 짱구에게만 매달리던 수지가 180도 바뀌어, 자신에게 잘해주니 수지가 가짜인걸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아 이것도 참 슬프네요.
나를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이 가짜가 되자, 나에게 잘해준다니.
그래서 훈이도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진짜 수지는 자신을 좋아하지 않지만, 가짜수지는 자신을 좋아해 주니까요. 그래서 훈이는 가짜 수지의 같이 가자는 말을 뿌리치지 못하고 고민을 하게 됩니다. 아아. 5살짜리에게 너무 가혹한 고민 같습니다. 하지만 고민 끝에 도망쳤으니, 훈이도 어떤 면에서는 참 성숙한 것 같습니다.
case 2. 썸을 타던 중이었는데, 내게 고백을 했다.
2번째 경우도 있습니다. 짱구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일하는 고순희 선생님과 훈이가 좋아하는 수지의 경호원인 흑곰씨는 짱구 세계관에서 좀 유명한 커플입니다. 사귀는 건 아니고, 서로 마음은 알지만 아직 그걸 즐긴다고 해야 할까요. 아주 귀엽습니다. 흑곰이 모시는 수지 아가씨는 가짜였고, 훈이에게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그럼 당연히 경호원인 흑곰도 가짜가 되었겠죠. 그걸 고순희 선생님은 알고 있었습니다. 가짜인 걸 알지만, 서로 호감이 있는 상태에서 고백을 하는 (가짜) 썸남을.. 고순희 선생님은 뿌리치지 못했습니다. 흑곰씨에게 열렬히 뛰어갔고, 결국 곤약 인간에게 조종당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기다려왔던 고백일 테지만.. 고백은 진짜에게 받거나, 하는 게 맞을 테죠. 가짜는 결국 들통나니까요.
그래도 고순희 선생님의 평소 소심한 성격을 보면, 달려간다는 게 아주 큰 용기를 낸 걸 알 수 있어서 가짜 흑곰인 걸 알지만 잠깐은 진짜이길 바랐습니다. 뭐 진짜 흑곰과도 극장판 마지막에서 만나니까 고순희 선생님은 결국 승자이신 것 같습니다. 훈이는 진짜 수지가 짱구에게 열렬히 구애하는 걸 보고 진짜라고 안심하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을 보지 않는 수지를 보며 슬퍼하거든요... 이런 짠함을 가지고 있어서 저는 훈이를 미워할 수 없나 봅니다. 이제 마지막 케이스입니다.
case. 3 가짜인 걸 알지만, 모른척하는 중이다.
물론 위의 두 가지 경우도 훈이, 고순희 선생님 모두 수지와 흑곰씨가 가짜인 걸 알고 있었지만, 저는 이게 가장 슬펐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등장인물은 세명입니다. 철수, 철수 엄마, 채성아 선생님.
철수는 친구들 중 가장 똑똑한 캐릭터입니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미래계획도 꼼꼼히 세우는 전형적인 엘리트 느낌이랄까요. 그런 철수여서인지, 주변 사람들이 가짜라는 걸 가장 먼저 알아차렸습니다. 아니, 봤다고 해야 맞을까요. 철수는 엄마가 혀를 아주 길게 늘어뜨려 생닭을 먹는 걸 직접 봤고, 입가에 묻은 피를 먹는 것도 봤으며, 유치원의 채성아 선생님이 압정을 밟고도 멀쩡한 걸 목격했습니다. 평소대로라면 가장 먼저 해결책을 제시했을 철수가, 가까운 사람들에게 무서운 일이 닥치니 조용해지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걸 보며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아이다운 면모이긴 하나, 너무 움츠러든 철수를 보며 결말을 알면서도 빨리 철수가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기를 바랐습니다.
철수는 그 모든 걸 봤고, 묵인하는 걸 택했습니다. 가짜라는 걸 가장 먼저 알게 된 철수였지만, 가짜와 함께 있는 걸 택한 거죠. 주인공 짱구는 가짜라는 걸 알자마자 도망치려 했지만, 그런 짱구와 더 대비되는 철수이기에 더 안타깝고 안쓰러운 것 같습니다. 모든 위기는 먼저 발견하는 사람이 존재하지만, 그 사람은 묵인할지, 해결할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만약 제가 위기를 먼저 발견한다면, 철수와 같은 상황이라면, 저도 철수처럼 했을 거 같습니다. 나만 조용히 하면, 문제 될 게 없다고 합리화하면서 가짜와 계속 지내는 거죠. 언젠가 나도 가짜와 바꿔치기당할 거란 걸 알면서도 말이에요.
오히려 모두가 가짜라면.. 조종당할걸 알지만 조종당하면서도 진짜와 함께 있고 싶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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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가 짱구를 좋아하시는지 아실 거 같나요? 철학적이고 고민이 많이 되는 문제들을 재밌게 풀어나가는 게 되게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짱구는 그 분야에서 최강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짱구가 좋아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만화 좋아하시나요. 왜 그 만화를 좋아하시나요?
epilog. 훈이와 짱구의 우정
훈이는 이런 말을 합니다.
"내가 진짜 훈이일까? 내가 가짜면 어떡하지."
그러자 짱구는, "이 딱딱한 머린 100% 훈이야."라고 하죠. 웃긴 대사지만 한편으론 가짜가 판치는 세상에서 나까지 의심하게 되는 기분이 어떨지.. 그걸 5살짜리 아이들이 느꼈다고 생각하니 당장 달려가서 넌 진짜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짱구처럼 믿어주는 친구가 있다면 훈이도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겠죠. 이 둘을 생각하면 참 멋진 것 같아요.
과자에 짱구를 팔아먹었을 때도 훈이는 잘못을 뉘우치고, 짱구는 사과를 받아주고.. 신뢰를 저버렸음에도 계속 믿고 믿어주려 하는 게 5살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더 나은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