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짝사랑,

by 오도

그 사람은 그저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나는 그 사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


노력했어요.


뭐든 상관없다는 그 말에 상처를 받으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또 물었어요.


"어디 갈까?"


그렇게 되묻는 저를 보며

그 사람은 어디든 상관없다는 말로, 나와의 시간이 정말 단순히 시간 때우기 용이란 걸 다시금 확인시켜 줘요.


저는 생전 안 가던 카페와, 관심도 없던 영화를 찾아요.


완벽하게 데이트 같이. 그렇게 코스를 짜요.

그 사람이 조금이라도 우리 사이를 의심하도록.



너무 오래 친구로 지냈어요.

잃기가 무서워요.

선배를 좋아하는 게, 상사를 좋아하는 게 제일 슬플 줄 알았는데, 친구를 좋아하는 게 제일 힘들어요.


나는 그 사람을 잘 아는데, 그 사람은 내 말을, 내 행동을 기억하지 못해요.

그 사람의 그랬었나? 기억이 잘 안나네.라는 말에 나는 또 무너져요.


그 사람이 내 과거만큼은 잘 알아서.

내가 좋아할 줄 알았으면, 전애인 얘기는 안 하는 건데.


서로의 과거를 너무 잘 알아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너무 잘 알아서. 나는 그 사람이 좋아하는 그녀가 될 수 없어서 너무 슬퍼요.


아직도 미련이 남아보이는 그 사람한테, 연락하지 말라고. 친구로 하는 조언이라고. 그렇게 말해요. 그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고 싶어 져요.


내가 좋아하는 걸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까요.


나도 언제쯤 사랑받을 수 있을까요.



별로 안 좋아하는 줄 알았거든요?


근데, 친구가 날 보면서 하는 말이.. 너무 슬픈 거예요.


왜 갑자기 웃냐고. 뭐가 그리 좋냐고. 그리 묻더라고요.


나는 그 사람 별로 안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좀 안 보고 살면. 다른 사람도 좋아하고 그럴 줄 알았는데...


몇 달 못 보다가 잠깐 그 사람 사진을 보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내가 웃고 있더라고요. 나도 몰랐어요. 그래도 안 본 사이에 변한 그 사람을 보면, 마음이 식을 줄 알았거든요. 그러길 바랐거든요.


"오래 좋아하겠네."


라는 친구의 말을 믿기 싫었거든요..



근데 변해버린 그 사람을 봤는데. 그래도 너무 좋은 거예요. 더 좋은 거예요. 그 사람 옆에 앉아서 팔걸이에 손을 계속 올려놨어요. 혹시 그 사람이 올릴까 봐. 우리가 닿을까 봐.


근데 그 사람이 팔걸이에 손을 올리자마자 든 생각이 뭐였는지 알아요?


'아. 큰일 났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는 거예요. 이 사람을 내가 생각한 것보단 오래 좋아할 거 같은 거예요. 그동안은 이 사람 없이도 나름 잘 살았는데. 가끔 생각만 났는데. 다른 사람도 만났었는데. 이젠 숨길수가 없어졌어요. 너무 좋아졌어요. 차가운 손도, 다정한 말도, 장난스러운 표현도, 내가 싫어하던 행동도 하는 이 사람이, 그냥 좋더라고요.


마음을 처음 확신하게 된 날, 친구로 남겠다고 다짐했는데. 친구면. 응원해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어떡하죠. 난 이 사람의 사랑을 응원해 주기 싫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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