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돌보다], 릴 틸먼
_돌봄을 비교할 수 있을까. 아픈 가족을 돌보는 삶, 이를테면 아픈 딸을 돌보는 삶과 아픈 어머니를 돌보는 삶을 비교할 수 있을까. 둘 중에 누가 더 고통스러울까, 누가 더 희망을 적게 품고 있을까 같은 비교가 가능할까. 나는 종종 이런 어리석은 의문을 갖곤 한다.
대개는 아픈 가족을 돌보는 삶은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다. 어떤 면에서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느닷없이 아픈 가족을 돌봐야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8년 전 몹시도 무더웠던 어느 여름 날 아침, 딸아이의 유전자 속에 숨어 있던 희귀난치병이 난데없이 정체를 드러냈고, 그 순간부터 돌봄 정확하게는 간병의 삶이 시작되었다. 그 날부터 가족, 돌봄, 간병, 삶, 운명, 불운, 불평등, 수용 같은 주제들이 남은 내 인생의 주제가 되었다. 매일 안간힘을 다해 돌보았지만 매일 스스로를 갉아먹고 끌어내리고 혐오했다. 존재 여부가 의심스러운 희망의 어렴풋한 기미를 찾아내려 애썼고 적극적으로 절망 속에 빠져들어갔다. 읽고 쓰는 데 집착하며 모든 것에서 "병적인 깨달음"을 얻으려 애썼다.
나는 딸아이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때로는 그 누구보다 원망하고 미워하기도 한다. 현재는 과거에 상상했던 모습이 아니었고, 계획과 전망은 무의미해지거나 사라져버렸다. 평범한 삶을 살던 과거와는 저만치 멀어진 다른 세계로 떠내려간 것이다. 아픈 가족을 돌보는 삶은 이전과는 전혀 다르다. 그렇게 나는 얼마간 수용한 척 연기하며 다르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고 있다.
이제 다른 돌봄이 내게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아이가 자랄수록 부모는 늙고 약해지기 마련이니까.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돌봄. 부모 돌봄은 예상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자식의 입장에서는 급작스러운 사고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럼 나는 어떡하지. 아픈 아이를 돌보면서 늙고 아프고 약해진 부모를 돌볼 수 있을까. 그러고도 살아낼 수 있을까. 언젠가 나도 돌봄이 필요하게 될 텐데. 이런 걱정은 햐얀 포말을 품은 파도처럼 수시로 밀려들었다가 빠져나가고 또다시 밀려든다. 이런 두려움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모든 게 끝날 때까지도 결코 익숙해지지 않을 것이다.
_이 책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거나 정보를 제공하거나 위로를 건네거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지도 모르는" 돌봄에 관한 이야기다. "어떤 대상, 사람, 생각 따위에 대하여 동시에 대조적인 감정을 지니거나, 감정이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을 뜻하는 "양가감정"에 관한 이야기다. 건조하고 덤덤하나 더할 나위 없이 진솔한 이야기다. 누군가를 돌보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모두 돌봄의 대상이 된다.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예외는 없다. 그러므로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질병을 앓는다는 것, 늙어간다는 것, 돌봄을 주고 받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결국 돌봄의 대상이 되고야마는 우리의 숙명을 알아야 한다. 돌봄을 둘러싼 복잡하고 미묘하고 혼란스럽고 모순적인 감정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정확한 책이다. 너무도 정확한 단어와 문장들이 수시로 내 마음을 찔렀고, 그때마다 나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_"(어머니를 돌보는) 11년 동안은 좌절의 연속이었고, 배움의 과정이었으며 이상하게도 깨달음의 시간, 일종의 병적인 깨달음의 시간이었다."(P.11)
"불안은 성급한 결정을 낳았고 그런 결정들에서 의도치 않은 결과들이 굴러 나왔다. 결과라는 것은 전적으로 운이 지배하는 도박의 산물이었는데도, 나는 내가 주사위를 던졌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p.37)
"어떤 날은 모든 사람에게 소송을 걸고 싶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만 했을까. 인생에게 사기 당한 느낌. 그렇다. 나도 불쌍하고, 모든 사람들이 불쌍하다."(p.60)
"너무나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머니의 상태는 좋아지거나 좋아지지 않을 것이었고, 시간이 걸릴 것이었고, 어머니는 머지않아 죽을 것이었고, 어머니의 미래는 예측 불가능했다. 모든 삶의 미래가 예측 불가능하지만, 우리 가족의 미래는 어머니의 미래에 구속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이 얼마나 더 오래 지속될 것인가."(p.63)
"책임의 무게는 결코 가벼워지지 않았다. 나는 속으로만 반항했다."(p.69)
"나는 어머니를 몰랐다. 그 모든 일을 겪었음에도, 이 글을 썼음에도 나는 여전히 짐작만 할 뿐이다. 왜 어머니가 어머니 같은 사람이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어머니에게도 영혼이 암흑에 빠진 순간이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어떤 연유로 그랬는지도. 어머니에게 물어봤더라면 좋았을 텐데. 스스로에 대해, 소피 메릴 틸먼이라는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런데 부모가 돌아가시고 나면 원래 후회되는 것들이 많은 법이다."(p.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