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적"인 모든 것

[트로츠키와 야생란], 이장욱

_소설적이다. 소설적이구나. 소설적인 이야기야. 이 소설집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생각이다. 사실, 나는 잘 모른다. '소설적'인 것이 무엇인지. '소설적인 이야기'는 또 무엇인지. '소설적'이라는 게 대체 무슨 뜻인지 설명해보라 하면 입도 벙긋 못할 게 틀림없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만큼은 알았다는 것. 잘 모르는데 이상하게도 너무나 잘 아는 것 같은 그 묘한 기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아무튼 아홉 편의 단편소설을 이루는 모든 것이 내게는 '소설적'으로 다가왔다. 읽는 동안의 내 숨결, 책장을 넘기는 내 손짓, 나를 감싸고 있던 공기마저도 분명 '소설적'이었다. '소설적'이라고 쓰면서 소리 내어 말해 보았다. 소설적. 반복해서 입에 담아 보았다. 물론 작은 목소리로. 소설적. 소설적.

_하아. 나도 쓰고 싶다. '소설적'으로 '소설적인 이야기'를 쓰고 싶다. 쓸 수 있을까. 과연 내가, 쓸 수 있을까. 정말이지, "소설 만세"다. 사랑합니다, 소설.

_"하지만 우리가 머리로 안다고 해서 진정으로 자각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 모두를 진실로 깊이 자각한다면 이 세상은 벌써 천국이 되었거나.....지옥이 되었을 것이다."(p.147)

"나는 파리의 그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데 서울의 창밖을 바라보면 거리에서 가게에서 사람들이 살아가요. 그게 이상하고 신비롭고 아름다워. 그리고.....싫다."(p.210)

"나는 있는 것을 그대로 보고 싶은 사람입니다. 사람이 있는 것을 그대로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가능하지 않나."(p.220)

"삶에는 따로 고귀한 목적이나 의미 같은 것이 없으며, 단지 이런 사소한 순간들이 쌓여서 인생이 된다는 걸 깨닫는 거지. 마치 몰랐던 것처럼. 심오한 지혜라도 얻은 듯이 (...) 알고 있는 것과 진심으로 깨닫는 것은 다르니까."(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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