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은 시간], 클레어 키건
_매번 그랬다. 작가의 소설은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바로 첫 페이지로 돌아가도록 만든다. 어쩐지 아리송하고 묘한 기분으로. 여백이 많은 문장들을 다시 살핀다. 성급하면 안 된다. 무언가 놓치지는 않았을까. 단어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을까. 문장의 여백에는 무엇을 숨겨두었을까. 이리저리 돌려보고 들춰보아야 한다. 조심스럽게. 찬찬히.
_다시 읽으며 탐색하고 상상하고 생각하고 음미하는 과정은 즐겁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즐겁다. 거의 설레기까지 하다. 보물찾기를 하는 어린 아이의 마음처럼. 이 보물찾기에 실패는 없다. 다시 말해 언제 어디에서나 보물을 찾을 수 있다.
_"그녀는 이 돌들이 얼마 동안 여기에 있었을까, 어떤 종류일까 궁금했지만 그게 뭐가 중요할까? 그녀가 그러는 것처럼 이 돌들도 지금 여기에 있었다."(p.60)
"그녀는 주전자를 가스불에 얹고 냉장고 깊숙이에서 케이크를 꺼냈고, 기지개를 켜면서 이제 그의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다."(p.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