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의 축제], 밀란 쿤데라
_필연성이라고는 하나 없는, 아무리 생각해도 우연한 사고에 지나지 않는 탄생을 통해 세상에 나타나게 된 나. 나는 모든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명백히 아무것도 아닌 존재. 이토록 무의미한 존재가 나라는 사실은 너무나 틀림없어서, 그것에 대해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허탈감이 밀려온다. 그런데도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지, 하고 자문하며 희미한 미소를 띠었을지도 모른다. 조롱과 연민이 섞인 미소겠지. 조롱보다는 연민이 더 많은 미소였기를.
그런 나를 둘러싸고 "절대적으로 명백하게, 절대적으로 무구하게, 절대적으로 아름답게 존재하"는 "무의미"들. "하찮고 의미 없"는 것들을 "무의미라는 이름 그대로 부르려면 대체로 용기가 필요하"다. "단지 그것을 인정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사랑해야" 한다.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_그러니까 불가해한 우연, 보편적 무의미 그리고 배워야 하는 사랑.
_"다르델로, 오래전부터 말해주고 싶은 게 하나 있었어요.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의 가치에 대해서죠.(...)이제 나한테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은 그때와는 완전히 다르게, 더 강력하고 더 의미심장하게 보여요.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은 말입니다, 존재의 본질이에요.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와 함께 있어요. 심지어 아무도 그걸 보려고 하지 않는 곳에도, 그러니까 공포 속에도, 참혹한 전투 속에도, 최악의 불행 속에도 말이에요. 그렇게 극적인 상황에서 그걸 인정하려면, 그리고 그걸 무의미라는 이름 그대로 부르려면 대체로 용기가 필요하죠. 하지만 단지 그것을 인정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사랑해야 해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여기, 이 공원에, 우리 앞에, 무의미는 절대적으로 명백하게, 절대적으로 무구하게, 절대적으로 아름답게 존재하고 있어요. 그래요. 아름답게요. 바로 당신 입으로, 완벽한, 그리고 전혀 쓸모없는 공연.....이유도 모른 채 까르르 웃는 아이들.....아름답지 않나요라고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들이마셔 봐요, 다르델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무의미를 들이마셔 봐요, 그것은 지혜의 열쇠이고, 좋은 기분의 열쇠이며....."(p.147)
"맞아. 사과하지 말아야 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사람들이 모두 빠짐없이, 쓸데없이, 지나치게, 괜히, 서로 사과하는 세상, 사과로 사과를 뒤덮어 버리는 세상이 더 좋은 것 같아."(p.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