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소설은, 이런 거다.

[죽이고 싶은 아이 1, 2] 이꽃님

_딸아이가 작년에 사달라고 한 책이다. 이제 중학교 2학년이 되는 같은 반 아이들 사이에 재미있다고 소문이 났다고 했다. 알라딘을 통해 중고서적을 사주었더니 아이는 서너 시간만에 1, 2권을 다 읽었다. 꽤 집중해 읽는 듯했기에 어땠냐고 물었더니 왜 인기 있는지 이해된다면서 엄마도 읽어보라고 권했다. 나는 알겠다고 답했다. 건성으로. 그후 아이는 잊을 만하면 재촉했다. 읽었어? 아직도 안 읽었어? 대체 언제 읽을 거야? 해가 지나면서 재촉은 독촉이 되었고, 나는 계속 미뤘다. 지금 읽던 것만 마저 읽고 읽을게. 이것만 다 읽고 읽을게. 얘는, 내가 안 읽는다고 했니, 곧 읽을 거라니까. 내가 이렇게 계속 미룬 이유는 솔직히 이거다. 굳이, 청소년 소설까지? (실제로 책 욕심에 쌓아두기만 하고 읽지 못한 책들이 많기는 하다.) 하지만 며칠 전 아이가 언제 읽을 거냐고 또 독촉하면서 덧붙인 말을 듣고는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_엄마랑 이 책에 대해서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단 말이야.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아.


당장, 은 아니고 읽던 책을 급히 마무리한 뒤 첫 페이지를 펼쳤다. 학교 건물 뒤 공터에서 시체로 발견된 17세여학생. 페이지는 휙휙 잘도 넘어갔다.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이 피력하는 관점과 입장. 역지사지하고 이심전심하느라 젖어드는 내 마음. 이해할 수 없는 동시에 너무나 이해가 되어서 무거워지는 내 마음. 그리고...소설 속 '서은'과 같은 처치를 경험했고, 지금도 같은 이유로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 딸. 페이지는 휙휙 잘도 넘어갔다.


그래, 알겠다. 네가 왜 이 책을 내게 권했는지.


내가 다 읽었다고 하자 아이의 질문이 이어졌다. 어땠어? '주연'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정말 나쁜 애 같아? '주연'이 부모는 어때? 방송국 PD와 인터뷰한 사람들은? 살인사건 진범은 어때? 어떤 사람 같아? '서은'이...안됐지?


_우리는 대화를 나눴다. 공감한 부분이 일치하기도 했고 다르기도 했다.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그러니까 나쁘다고 생각한 인물은 달랐고, 그건 부모와 자식이라는 서로의 입장이 달라서인 것 같다는 생각에 합의했다. 작은 사실 하나가 사람들의 입을 타고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 무섭다고 입을 모았다.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사람들의 입장이 이렇게나 다를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젓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조금 주저하며 '서은'이 얘기를 꺼냈고, 아이는 말 안 해도 안다는 듯 내 품에 안겼다. 촉촉했고 따뜻했다.


책은, 소설은, 이런 거다. 사랑합니다,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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