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제목은 '아홉 번의 일'이라고 읽으면 안 된다. '구번의 일' 이라고 읽어야 한다. 여기서 '9번' 그러니까 '구번'은 이 소설의 주인공이 직장이라는 곳에서 불린 마지막 이름이다. 직장에서 그의 마지막 소속과 이름은 '78구역 1조, 9번' 이었다.
읽는 내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작품이다. 읽어 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작품 속 다양한 등장인물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면 저마다의 마땅한 이유들을 가지고 있어서 그들 모두가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기도 했다.
결국 이 모두를 위한 해답 혹은 정답은 애초부터 없었을지도 모르는 채로, 이 세계는 하루하루 고비를 넘기며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신회사에서 수리와 설치, 보수를 담당하는현장팀에서
26년을 일한 주인공. 그는 초창기엔 자그마했던 회사가 지금의 큰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데에 자부심과 동료 의식을 갖고 있는 성실한 직원이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고 시대가 변하면서 그는 어느새 저성과자로 분류되어 관리 대상 직원이 되어 있었고, 회사로부터 은근하고도 노골적인 권고사직 권유를 지속적으로 받는다.
그러나 비단 '돈'만을 위해서 회사를 다닌 게 아니었던 그는 회사의 권유를 매번 거절하고, 그럴 때마다 그의 근무지는 점점 외곽으로 밀려나고 업무 또한 누가 봐도 말도 안되는, 업무를 주지 않기 위해 억지로 만들어낸 일들로 바뀌어간다. 결국 26년간 현장팀 ooo씨로 불렸던 그는...'78구역 1조' 소속 '9번'으로 불리게 되는 산골까지 오게 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오기와 이기심으로 똘똘 뭉쳐진, 낯선 모습으로 변한 자신을 발견한다.
도대체 누가, 무엇이 그를 이렇게 변하게 만들었을까. 왜 그는 이렇게까지 회사에 남으려고 했을까. 내가 그였다면, 내가 그의 동료였다면, 내가 그의 아내였다면, 내가 회사 운영자였다면, 이런 생각들을 끊임없이 하며 읽었고 마지막 책장을 덮은 뒤에도 혼란스러웠다. 내가 그였다면, 그런 노골적인 모욕을 받을 때까지 회사에 남지 않았을 것이다. 15년 전 처음 임용될 때나 그만둔 지금이나, 큰 사명감이나 애정 같은 건 없으니까. 그래서 주인공이 끝까지 회사에 남으려는 모습이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했다. 같은 직원이면서도 주인공을 배척한 동료들의 입장도 이해가 됐고. 비록 무례하고 배려없는 사측의 수단과 방법은 분명 문제가 많지만, 거시적인 목적성과 방향성에서는 회사의 입장도 이해가 됐다.
작품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이제 이런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놀랍지도 특별하지도 않고,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너무나 흔해빠진 일'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어쩌면 그래서 무심코 흘려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요즘의 우리가, 읽어보면 좋을 책 같다.
결국 우리는 해답을 찾을 수 없을 것이고, 그 해답이란 게 과연 존재하는지도 의문이지만 우리가 꼭 뭔가 답을 얻기 위해서만 책을 읽는 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