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을 슬픔 속에서

[애도 일기], 롤랑 바르트

먼저 이 글은 오독(誤讀)의 결과물임을 밝힌다. "사람의 죽음을 슬퍼한다"는 '애도'의 정의를 생각하면 명백히 그렇다. [애도 일기]는 프랑스의 사상가 롤랑 바르트가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그리며 애끓는 심정으로 써내려간 일기를 엮은 책이다. 그러니 어느 미욱한 일개 독자가 제멋대로 애도의 대상을 '사람의 죽음'에 한정하지 않고, 세상에 분명 존재했지만 오래 전에 사라져버린 어떤 '상실(喪失)'을 애도하며 이 책을 읽었다면 오만하기 그지없는 오독일 것이다. 그럼에도, 오독임을 알면서도 나는, 명치께 뻐근한 통증을 익숙하게 감각하며 더욱 처절하게 '잘못' 읽을 수밖에 없었다.

'상실'이라고 썼지만 '도둑맞은' 것만 같은 시절이 내게는 있다. 육 년 전 건강하던 딸아이에게 찾아온 알 수 없는 증세의 병명과 치료법을 찾기 위해 정신없이 헤맸던 그 삼 년. 대학병원을 전전하며 유전자 검사 끝에 알아낸 병명은 치료법이 없는 극희귀난치병. 작고 연약한 몸으로 겁 먹은 채 괴로워하는 아이와 어찌할 바 몰라 툭하면 눈물만 흘리던 나. 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당시 그 애의 모습이 오롯이 기억나지 않는다. 단편적인 기억만이 드문드문 남아있을 뿐. 어딘가에 몸을 숨긴 운명이라는 존재가 그 시절을 무참히 빼앗아갔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이후 지금 이 순간까지 계속되는, 상실을 받아들이고 "무거운 마음을 견디며" 살아내는 법을 익히는 나만의 애도. 누군가는 어떻게 사람의 죽음과 비교할 수 있느냐며 엄살이 심하다 할지 모른다. 그러나 단언하건데 롤랑의 애도는 나의 애도와 다르지 않았다. 마망(어머니)을 잃은 아들이 일기장에 써내려간 민낯의 슬픔을 읽는 것만으로도 나의 상실이 떠올라 힘겨웠다. 나에게 그 상실감은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는 심정 만큼이나 막막하고 처참했다.

한낱 건방지고 어쭙잖은 생각에 불과하지만, [애도 일기]는 사람의 죽음뿐 아니라 그것 만큼 소중한 무엇인가를 무참히 상실해버린 이들의 끝나지 않을 애도를 담은 책이다. 그러니까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셈이다.

"기분이 즐거워진 '방심' 상태들이 있다. 물론 정신은 여전히 말짱하지만. 그럴 땐 나는 얘기를 하고, 어느 때는 농담도 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격렬한 감정 상태에 빠진다.(...)나는 지금 밑바닥까지 절망에 빠져서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을 울적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다고. 하지만 나는 자주 더는 그렇게 견딜 수 없어서 그만 '허물어지고' 만다."(p.39)

"(...)그리고 이런 밤에 나는 다시 깨닫는다 : 이제 나는 이런 외로운 밤을 아주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져야만 한다는 걸, 이런 고독 속에서 행동하고 일하기, 그러니까 저 '부재의 현전'과 달라붙어서 늘 함께 살아가는 일에 익숙해져야만 한다는 사실을."(p.79)

"애도는 고통스러운 마음의 대기 상태다 : 지금 나는 극도로 긴장한 채, 잔뜩 웅크린 채, 그 어떤 '살아가는 의미'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p.90)

"이런 말이 있다 : 시간이 지나면 슬픔도 차츰 나아지지요 - 아니, 시간은 아무것도 사라지게 만들지 못한다 ; 시간은 그저 슬픔을 받아들이는 예민함만을 차츰 사라지게 할 뿐이다."(p.111)

"(...)침착하세요. 그리고 기다리세요. 당신을 어느 정도 바로 설 수 있도록 만드는, 저 수수께끼 같은 힘이 찾아올 때까지. 제가 여기서 '어느 정도'라고 말하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를 잃어버린) 좌절감은 전부 사라지지 않은 채로 여전히 남아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그렇게 당신도 이제 알게 될 겁니다. 결코 위안 같은 건 찾을 수 없으리라는 걸, 날이 갈수록 더 많이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이 사실을 깨닫는 일이 다름 아닌 위안이라는 걸."(p.181)

"무거운 마음 안에서 살아가는 일, 그 밖에 내가 바라는 건 아무것도 없다."(p.184)

"(...)그건 내가 - 마침내 - 무거운 마음과 손을 잡고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은 다시 말해 나의 무거운 마음이 견딜 수 있는 것이 되었다는 걸 의미한다."(p.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