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_욕망을 품고, 욕망을 숨기고, 욕망을 추구하고 그럼에도 끝내 욕망을 이루지 못한 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라고 감히 요약(?)하고 싶다.


이번 수상작품집에는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김혜진 작가의 작품과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 [코리안 티처]로 강한 인상을 받았던 김병운, 서수진 작가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어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펼칠 수 있었다. 총 일곱 편이 실려 있지만 이 리뷰에서는 <미애>와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에 대해서만 말하고자 한다. (이와 별도로 좋았던 - 대상 수상작이기도 한 -임솔아 작가의 <초파리 돌보기>는 이미 짧은 리뷰를 남긴 바 있다.)


_<미애>, 김혜진

이번에도 어김없이 물씬 배어나오는 김혜진 작가만의 나노(?) 단위의 치밀함과 섬세함에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의식적로든 아니든 우리가 내비치지 않는(못하는) 날것의 그대로의 욕망과 이면을 포착하는 작가의 통찰력은 예리함을 넘어 매섭게까지 느껴질 정도다. 노골적으로 까발려져 팔딱거리는 그것들을 생생히 그려내면서도 시종 덤덤하게 견지하는 문체는 또 얼마나 매력적인지! 예전에 [너라는 생활]을 읽고 혼자 상상해보았던 장면이 이번에도 눈앞에 그려졌다. 끝이 날카로운 핀셋을 들고 사람 마음의 결을 한 올씩 조심스레 들어올려, 숨마저 죽인 채, 그것의 가장 내밀하고 미세한 면까지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는 안경 쓴 작가의 모습이.


<미애>는 아파트 단지의 소규모 독서모임에서 만난 아이 엄마들 사이의 미묘한 욕망의 거래에 대한 이야기다. 가난한 살림에 홀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 엄마로서 자신의 속마음을 내색하지 못하는 '미애'의 처절함과 구차함은 충분히 공감하고도 남았지만 사실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내가 인상 깊었던 건 독서모임의 나머지 회원들이었다. 그들이 안타까운 상황에 처한 '미애'에게 기꺼이 내어주는 무해한 선의와 호의 이면에 자리잡은 날것의 건전한 욕망이 나는 어쩐지 낯설지 않았고, 그래서 자괴감이 들었다. 어떤 자괴감이냐 설명하라고 한다면, 그것을 말하기 위해 생각하는 것조차 부끄러운, 그런 종류의 미묘한 수치심이랄까.


"그런 모습들이 놀랍고 얼마간 감동적으로 다가올 때가 없지 않았으나 미애의 눈에 점점 또렷하게 보이는 건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들의 열망이었다. 그들에겐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고, 그렇게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고, 그 확신을 지켜나갈 여유가 있었다. 그러니까 그것이 자신을 그 모임에 끼워준 진짜 이유라는 것을 미애는 모르지 않았다."(p.199)


"미애는 웃기는 말이라 생각했다. 솔직하지 못하다는 생각, 비겁하다는 생각, 끝까지 좋은 사람인 척 구는 게 역겹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니, 이런 말을 듣고서도 도저히 포기가 되지 않고 포기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지긋지긋했다."(p.218)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김병운

일천한 독서량이지만 지금까지 읽은 국내 퀴어문학 중 가장 좋았던 소설로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를 꼽고 싶다. 성소수자의 내적 고민과 갈등, 이 사회에서 성소수자로서 살아가며 감내해야 할 소외감 등을 그려낸 것에 머물지 않고 모순 투성이인 인간의 본성과 이면까지 담고 있어 개인적으로는 묵직한 울림을 받은 기억이 있어서다. 이 작품은 전작에 비해 전반적으로 밝고 유머러스한 분위기였지만 품고 있는 메시지는 역시 묵직했다.


누구에게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것 같다. 잘 안다고 생각한 사람이었는데 속을 알고보니 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게 거의 없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의 그 허망함과 민망함. 상대가 가까운 사람일수록 헛헛함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이 퀴어소설은 어쩌면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를 타인에 대한 자신의 오해와 무지를 깨닫는 한 성소수자 청년의 감정을 섬세하고도 따스하게 그려냈다. 더불어 불특정 다수가 읽는 글을 쓰는 소설가로서 작가 스스로 경각심을 잃지 않으려는 다짐이 강건하지 않고 조심스러워 오히려 더 믿음이 갔다. 의도하지 않게 글에 담길 수 있는 "무지와 혐오"를 늘 경계해야 하는 작가들의 고민에 왠지 공감이 되기도 했고.


_내년 봄에 또 만나게 될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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