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소. 모두 다."

[방콕], 김기창

_'나비 효과(The Butterfly Effect)'. 이 작품에 적절한 표현이 아님을 알면서도 어쩐지 이 용어가 맴돌았다. 같은 제목의 영화로도 유명한 '나비 효과'는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난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으로, 초기 조건의 사소한 변화가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작가는 말한다.

"개별적 존재들의 삶이 들리지 않는 선율로 엮여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럼 고개를 들어 주변을 가만히 둘러본다. 이곳이 천사들의 도시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 반대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다." ('작가의 말' 일부, p.335)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어쩌면 '나비 효과'가 얼토당토않은 비유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_[방콕]은 2019년에 출간된 김기창 작가의 장편소설로 한 편의 느와르 영화 같다. 종이에 인쇄된 활자들은 스크린이 되어 어둡고 습한 방콕의 뒷골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 눅눅한 기운에 책을 비틀어짜면 짠내 나는 땀방울이 후두둑 떨어질 듯하다.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과 불안감이 고조되어 책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한국의 항구 도시. 한 공장에서 성실히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훙'. 그는 숙련된 베테랑이지만 어느날 다루던 기계에 손가락이 잘리고 만다. 이 사고로 공장에서 매몰차게 내쳐진 '훙'은 나름의 복수를 감행하고 싱가포르와 베트남을 거쳐 방콕까지 흘러들게 된다. 흉측해진 '훙'의 왼손은 그의 인생은 물론 그와 전혀 관계 없을 듯한 이들의 삶까지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한국의 작은 공장에서 일어난 작은(?) 사건이 바다와 육지를 건너 방콕에 있는 여러 인생을 검붉게 물들여 결국 스러지게 만든 것이다.


소설이니까 일어날 수 있는 일일까? 아니다. 과거는 물론 생생히 진행중인 현실이며 미래에도 언제든 일어날 일이다. 어쩌면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이 소설보다 더 픽션 같은 일이 지금도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잊고 사는 무섭도록 명확한 세상의 이치,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난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뉴욕에 태풍을 일으킬 수 있"듯, 우리의 사소한 언행이 투명하고 얇은 끈을 통해 주변 지인은 물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누군가의 삶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인생이란 결코 심상하지 않은 것임을 일깨워준다.


"나도 농담하는 게 아니오. 내가 자꾸 같은 얘기를 빙빙 돌려서 하는 것 같다면, 그냥 그렇게 보이는 것 뿐이오.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소. 모두 다."(레이먼드 챈들러, [빅슬립], p.207)


_[방콕]은 참 영리한 소설이다. 우리 일상에 만연한 비윤리적인 작태들 -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우, 동물 학대, 성폭력, 인종 차별 등 -을 소재로 하여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동시에 인간과 세상의 불변의 진리까지 섬세하게 아우른다. 놀랍도록 생생한 현장감과 심장 쫄깃한 긴장감은 말할 것도 없다.


불볕 더위가 이어질 이 여름에 어울리는 소설이 아닌가싶다. 청량함과는 거리가 먼 축축하고 "하드보일드"한 이야기이지만, '이열치열'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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