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잘 쓰는 법
#짧게잘쓰는법 #벌린클링켄보그 #생각하는고양이 #띵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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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동안 읽은 책이다. 후루룩 읽을만한 성격의 책이 아니다. 지긋하고, 침착하게 문장을 하나하나 씹어 소화했다. 상당히 놀란 만한 글쓰기 지혜들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비롯된 글 읽기의 힌트도 숨어 있다. 글쓴이의 관점에서 설명했지만 결국 쓴 글은 읽어야 글로써 완성된다. 글쓴이는 그저 제1의 독자일 뿐이다. 글쓴이가 쓴 것은 없다. 글쓴이가 쓴 것은 아주 작은 관여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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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잘 쓰는 법은 짧게 쓰는 것을 전제한다. 생각하면서 쓰는 것은 꼬리 잇는 생각에 맞춰 길어질 수밖에 없다. 생각 없이 적어야 한다. 읽는 이를 배려해서도 안 된다. 배려가 오히려 문장들의 관계를 오염시킨다. 읽는 이가 글쓴이의 의도를 백 퍼센트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도를 파악하려는 즐거움을 빼앗지 마라. 소름 끼치게도 이는 미술 감상과 정확히 동일하다. 창조자와 감상자는 같은 물체를 보며 느낀 감정의 격차로 즐거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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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아치는 짧은 설명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 단순히 초고, 퇴고 매뉴얼이 아니다. 숨 쉬듯 터져 나오는 창조 자세에 대한 이야기이다. 짧은 글을 매력적으로 쌓기 위해 이해해야 할 개념들에 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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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면 문장이 길어지는 편이다. 전달 내용을 고정하지 않고 글을 쓰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장들을 이음새가 엉망이다. 퇴고 시에 다른 쪽 뇌의 일부분을 이용해 논리적으로 정리한다. 이는 곡을 쓰면서 익혀진 습관이다. 찰흙을 마구 붙여 대강의 형태를 만든 다음 세밀하고 예리하게 깎아내는 방식이다. 잡은 리듬을 놓지 않고 일단 완성 한 다음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당신이 만약 글 시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이 개념을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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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전반적인 내용은 좋은데 마지막 실전 문제에서 김이 팍 새버렸다. 영어 문장을 예시로 했기 때문에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안 됐다. 뒷부분은 그냥 쓸어 넘겼다. 대충 읽어봤을 때 영어라는 문자는 문장에 따라 뉘앙스가 많이 변하는 듯 하다. 한글도 마찬가지긴 한데 읽었을 때 이상함을 바로 알아 차릴 수 있는 것이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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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즐거움을 아는 이라면 곁에 두고 읽기에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