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붙는 스토리 만들기
#스틱 #칩히스 #댄히스 #엘도라도 #읽는고양이 #윈디캣
얼마전 동네에 샌드위치 전문점 #서브웨이 가 생겼다. 그래서 가보았다. 역시 소문대로 주문하는 절차가 상당히 복잡해 보였다. 각 단계를 거쳐 가는 내내 무엇이 맛있나 상상해야 하는 선택 장애를 겪었고, 마스크 쓰고 이야기하는 점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아서 몇 번이나 예? 예?를 외쳤다. 어쨌든 생애 첫 서브웨이 주문에 성공하고서 집에서 야채 가득 찬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먹는 순간,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었다. 바로 서브웨이 샌드위치만 먹으면서 100kg 감량에 성공한 이야기였다.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나의 머릿속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스토리, 이 책은 그런 스티커 스토리의 특성에 관해 이야기한 책이다.
읽다보니 서브웨이 샌드위치 이야기는 이 책에 수록되어 있었던 이야기였다. 아마 이 책의 사례를 인용한 다른 책에서 그 이야기를 읽은 것 같긴 한데 확실하진 않다. 하지만 그 전설의 샌드위치 이야기는 실제 이야기였고, 그 이야기가 어떻게 지구 반대편 한국에 사는 (햄버거를 즐겨 먹지 않는) 내가 알게 되었는지에 대한 원리가 설명되어 있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이런 미친듯한 전파력을 가진 이야기는 잊으려야 잊을수가 없다.
이 책은 2007년에 세상에 나왔다. 그런데 소셜네트워크나 마이크로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없던 당시보다 현재 우리가 사는 초연결의 세상에 너무 유용해 보인다. 아마 그 당시 이 책을 읽었다면 그저 프레젠테이션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도에서 깨달음이 멈추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상황이 다르다. 개인들의 메시지 창조력이 중요해지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잘 만들어진 착 달라붙는 스티커 메시지, 혹은 스토리는 게임의 상황을 완전히 바꿔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거대 자본에 전유물이었던 마케팅이라는 분야의 변화로 개인이라면 누구나 유용하게 유용할 수 있는 비법서인 것이다.
이 책은 장바구니에 가장 오래된 보관된 책 중 하나이다. 인제야 읽게 되었다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하다. 그리고 다른 책들의 뿌리가 된 책이라서 소장 가치도 크다. 글 한 줄 쓰더라도,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더라도 몇 년이 지나고 잊혀지지 않는 메시지를 전달할 방법이 담겨있다. #컨테이저스 를 재미있게 보신 분들은 읽어보시길 바란다. 난이도나 지혜의 유용함이 비슷하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읽어가며 전략 계획하기 좋은 책인 것 같다. 결국 세상은 이미지이고 메시지이다. 그 둘을 잘 만들어내는 사람은 남극에서라도 맥주 전용 냉장고를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