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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고양이 윈디캣 Mar 16. 2020

돌돌이 보다 유용한 허지웅의 텍스트

버티는 삶에 관라여

#버티는삶에관하여 #허지웅 #읽는고양이 #윈디캣

읽다가 허지웅 씨가 몇 년생이지? 들춰보았다. 그의 영화 이야기를 읽다 보니 예전 동네 비디오 대여점 향기와 이미지가 확 올라와서였다. 그가 방황하며 대여점 비디오를 빌려보던 시기가 내가 고등학교 때 밤을 새우며 비디오 영화를 보던 시기와 동일했다. 동네 형 같음이 느껴져 반가웠다. 얼마 전 지상파 방송에서 땀을 흘리며 요가를 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생각이 궁금해서 주문했다. 최근 글들이 있는 줄 알았더니 꽤 오래전에 나온 책이고 오래전에 적은 에세이들이다. 하지만 그의 불만과 우려를 통과하는 투덜거림은 세상이 여전히 변하지 않았음과 닿아 시간의 담벼락이 유효하지 않았다.

여전히 세상은 그의 글들 속의 안타까움(투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마 영원히 그렇지 않을까 싶다.

정치이야기, 가족이야기, 영화이야기, 언론이야기 등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그중에 영화 이야기가 가장 읽는 재미가 있었다. 생각해보니 영화에 미쳐있던 당시 영화 전문 잡지의 글들 느낌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 잡지 속 글을 쓰던 이력이 있었다. 언론이야기는 정말 날카롭게 비평을 한다. 언론이 무엇인지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떠오름과 동시에 언론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회 속 역할이 부재한 상황이 아닐까 느낌이 들 정도다. 언론이 뿜어내는 텍스트들의 질을 본다면 혼탁한 세상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가족이야기는 불편한 내용이기도 했지만 이미 매체를 통해 공개된 그의 어머니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그의 어머니에 대한 애절함이 배가 되었다.

그의 글을 읽고 있자니 신해철 씨가 자꾸 떠올랐다. 방식의 차이이긴 하지만 세상을 해석하고 불평하고 제시하는 정도가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신해철이란 아이콘의 부재에 세상이 필요에 의해 허지웅이란 아이콘을 쌓아 만들고 있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허지웅은 허지웅이다. 그가 추천해준 끈끈이 돌돌이만큼 그의 글은 유용하다. 생각의 폭을 키워나가기 유용한 글들이다.

갑자기 예전 생각이 나면서 영화를 보고 싶어졌다. 그의 글을 읽고 있자니 어릴 적 수많은 영화가 나에게 던져 주었던 질문들이 그리워졌다. 난 그 질문들의 답을 찾기 위한 여정으로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영화가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다시금 떠오르게 한 그의 글에 감사함을 느낀다. 질문 던지기, 대중문화의 인문학적 역할은 이것이 아닐까? 요즘은 너무 쾌락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하다못해 책에 소개된 이나중 탁구부를 보면서도 웃겨서 울고, 슬퍼서 울고, 감동적이어서 울고 했었는데 말이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온 이후 그는 정말 잘 버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도 꽤 잘 버티고 있는 것 같다. 세상 살아감의 완벽함이 불가능하다면 버티는 능력이 결국 삶의 살아가는 팁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모두 하루하루 행복하게 버텨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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