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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온 Sep 05. 2020

가족 유튜브 채널, 쉽지 않다

가족 유튜브 채널의 쓸쓸한 이면

진짜 헤어졌데...?


유튜브를 처음 접하기 시작한 것이 2008년. 유튜브와 함께한지 올해로 딱 12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가족도 말도 잘 통하지 않던 해외 유학 생활의 적점함을 달래보고자 보기 시작했었다. 당시에는 '유튜브'라는 이름이 이제 막 알려지던 시기였고, 유튜브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는 생각조차도 하기 어려웠었다.


외국의 1세대 유튜버들을 보면 대부분 '외로워서', '재미있어 보여서', '일상을 공유하고 싶어서' 등등 소소한 이유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고, 한창 유튜브 영상들을 많이 보던 대학생 시절 팔로우하던 채널들은 이제는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Michelle Phan, Ryan Higa 등 메가 유튜버1세대들의 채널이였다.


대학 졸업을 후에는 이전처럼 유튜브를 오랜 시간 시청하기가 어려워지게 되었고,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몇몇 영상을 시청한 후 취침하는 것에 만족하게 되었다.


이직이 결정된 후, 일주일이라는 여유 시간이 생겨 오랜만에 대학 시절 팔로우 하였던 영상들을 돌아보게 되었는데.. 이는 '충격 그 자체' 였다.


특히 가족의 일상을 담았던 유튜버들의 근황이 충격적이었는데, 연애때부터 결혼, 출산까지 인생의 대소사를 소소하게 풀어내며 미소를 자아냈던 가족 채널들이 대부분 사라지거나 이혼으로 인해 채널 명이 변경되었다.


유튜브 초기 때부터 Biracial Couple 로 사랑받아 연애, 결혼, 세 아이의 출산을 하며 행복한 삶을 보여주었던 한 가족 유튜버는 유명세를 타게 된 후, 여러 유혹들이 물밀듯이 들이닥쳤다고 한다. 결국, 그 유혹들을 견디지 못한 채 줄지은 외도로 인해 부부는 이혼을 하게 되었다.


또 다른 유튜버는 가족의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고 싶어 유튜브를 시작하였는데, 어느 정도의 수익이 되기 시작하자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원치 않는 컨텐츠'들까지 영상화 시켜 세상에 공유를 하게 되는 일이 잦자, 유튜브는 물론 가족 자체가 공중분해 되어버렸다.


가장 안타까운 가족 유튜버는 아마 최근 1-2년 사이에 한국에서도 많이 알려지게 된 유튜버인데, 사랑스러운 한국 아이를 입양한 부부의 가족 일상 브이로그였다. 어쩜 저렇게 예쁘고 배려하며 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착한 가족이였다.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하지만, 최근 부부는 갈라서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물론, 단지 '유튜브' 때문에 이 가족들이 해체가 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어 자신의 삶을 여과없이 공유하고 보여주어야 하는 일은 단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특히, 주 컨텐츠가 '가족'이였을 때는 몇 배 더 어려울 것이다. 이 세상 모든 가족들은 그들만의 고민과 이슈, 갈등이 존재한다. 대부분이 가정들은 고민과 갈등을 모두 보여주어야 할 필요도, 공유해야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전 세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유명 가족 유튜버'라면 상황은 조금 달라질 것이다.


구독자들은 분명 그 가족으로부터 보고싶고 공감받고 싶어하는 특정 스타일의 콘텐츠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조건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컨텐츠화 시키기 위해 가족들은 매일 카메라 앞에서 밝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을 것이고, 이슈가 있어도 카메라 앞에서는 티를 낼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삶의 모든 패턴이 카메라 앞에서 비춰져야하는 컨텐츠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큰 압박감이 있었을 것이다.


결국 좋아서 시작한 일이고, 분명 구독자들과의 소통과 애정으로 인해 큰 감사함과 행복감을 느꼈을 것이다. 동시에, 그 이면에는 '일상을 큐레이션'해야한다는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있었을 것이고, 가족들과의 소소한 행복마저도 카메라 속에 담겨야 한다는 점이 누군가에겐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족의 해체마저 카메라 앞에서 풀어내야하는 심정은 솔직히 상상이 안간다.


결혼을 하고 나니, '이혼'이라는 단어 자체가 지니고 있는 뜻과 감정들이 셀 수 없이 복잡하고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세상에 '좋은 이혼', '아름다운 가족의 해체'라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 하다는 사실이 더 무겁게 다가오게 되었다.


모든 가족은 어려운 시간들과 갈등을 겪는다. 모든 가족은 놓여진 상황이 다르다. 어떤 가족은 감사하게도 갈등을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들이 곳곳에 존재하고, 어떤 가족은 안타깝게도 갈등을 풀어나갈 수 있는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에 놓여있다. 특히 많은 이들에게 가족이 삶을 curate하는 가족 유튜버의 경우도 갈등을 풀 실마리를 카메라 뒤에서 조용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찾아가고 조율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것이다.


감히 다른 가족의 일상에 운운할 자격은 없지만, 이젠 가족 유튜버들에게도 일(유튜브)와 가정 사이를 조율 할 수 있는 어느정도의 가이드라인과 boundary가 있다면 어떨까 생각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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