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모온 Jul 18. 2021

첨밀밀과 홍콩

영화 첨밀밀에서 오늘의 홍콩을 보다

확실하게 무슨 상황인지는 몰랐지만, 어느날인가부터 홍콩왕래하던 가족과 지인들은 더 이상 홍콩에 가지 않게 되었다. 이상했지만 어렸기세 관심이 없었고, 홍콩이라는 도시는 내 뇌리에서 자취를 감춰버렸다.


시간은 흘러, 중학생이 된 나는 대학생 언니에게 수학 과외를 받고 있었다. 어느 날, 평소보다 더 예쁘게 차려입은 언니에게 물었다.


"언니 오늘 무슨 일이예요? 엄청 이쁘게하고 왔네요"

"오늘 남자친구랑 영화 보고 데이트하려고"

"무슨 영화인데요?"

"첨밀밀이라고 홍콩영화야. 나중에 한번 봐봐"


어쩌면 매우 당연히도..나는 그 영화에 대해 완벽히 잊어버렸고, 대학교 3학년 쯤 되었을까, 작은 소극장에서 이 영화를 다시 재상영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번도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본적은 없었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친구와 극장으로 향했다.


이전에는 두 사람의 가슴 아픈 이야기만 들어왔다면, 20대의 나에게 첨밀밀은 홍콩이라는 도시 그자체를 대변하는 영화로 보여졌다. 특히, 1997년 홍콩 반환 이전과 이후, 홍콩인들이 겪었을 혼란스러움과 희망 모두를 보여주는 영화가 아닌가 싶었다.


순전히 정말 나의 생각이지만, 몇 가지 포인트를 뽑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1986년, 기회의 땅 '홍콩'으로 향하다

첨밀밀의 첫장면인 1986년 기차 장면은 '홍콩의 황금기'를 보여준다. 당시 홍콩은 동서양의 문화를 품은 국제 도시로서 아시아의 경제와 문화를 모두 이끄는 허브 역할을 했다. 중국 본토 뿐만 아니라 여러아시아 지역에서는 기회의 땅 홍콩으로 발길을 향했고, 이요와 소군도 그 무리 중 하나였다.


1997년 전후, 불안한 홍콩을 떠나 서방 도시로 향하다국과 중국이 합의한 '홍콩 반환'의 D-day인 1997년 7월이 다가오자, '1국 2체제'를 경험해보지 않은 많은 홍콩인들은 불안감에 캐나다, 호주, 미국 등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이요와 소군도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결국 홍콩을 떠나게 된다.


홍콩 이양 이후, 새로운 태양으로 중국이 떠오르다

영화는 마지막으로 향하면서, 영화 초반 화려하고 부유한 홍콩의 모습을 부각시켰던 것과 달리, 경제 개방 후 부유해진 중국과 반환 이후 과거의 영광과 위상이 약해진 홍콩을 비교하여 보여준다.


이요와 소군의 복잡하면서도 먼 여정은 혼란스럽고 복잡한 홍콩의 상황과 역사를 어느정도 정확히 대변했다 생각했다. 영국령이였던 100년..그리고 하루 아침에 중국에 이양되어버린 홍콩.


최근 홍콩 내 반정부 활동을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홍콩보안법 제정과 더불어, 영국이 올해 1월 말부터 영국해외시민 여권을 가진 홍콩인들의 이민 신청을 받기 시작하자 홍콩 공항은 그야말로 이민 행렬로 미어터진다고 한다. 1997년 홍콩의 모습과 24년 후인 2021년의 홍콩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건 우연인걸까..


정치, 더더욱 해외정치에는 문외한인지라 정치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말이 많지 않다. 다만, 정치를 떠나 100여년이 넘는 시간동안 청나라, 영국, 중국 세 나라의 각기 다른 시스템과 문화를 오가며 매일같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마음으로 맘졸이며 살았을 시민들이 느꼈을 고단함이 안타까울 뿐이다.


다시 만난 이요와 소군은 행복했을까? 홍콩으로 돌아갔을까?


돌아갔다면, 2021년의 이요와 소군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전 05화 디즈니 공주들에 대한 편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