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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온 Oct 31. 2021

요가가 주는 소소한 행복

우리 부부는 함께 요가를 배웁니다

기나긴 재택근무와 하루에도 몇번씩 사람 정신 나가게하는 층간소음은 우리 부부를 지치게했다. 예민에 예민에 더 해진 우리는 타인에게서 받은 스트레스의 해답을 우리 둘 속에서 찾으려했었는지, 서로 해결해보려다 싸우고 속상해하고 토라지기를 반복했다.


우리 둘 문제 때문이 아닌, 다른 누군가 때문에 우리 둘이 박 터지게 싸우고 있다는 멍청한 사실을 알게된  후, 한 가지 동의된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 기분에도 환기가 좀 필요한 것 같아"


서로의 기분 전환을 위해 독서, 롤러코스터 타러가기, 영화보기, 산책하기, 카페가서 멍때리기, 맛있는 음식 먹으러가기 등등 처음에는 둘이서 하는 활동들을 주로하곤 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둘밖에 없다보니, 기분 전환을 위한 활동을 하더라도 결국은 우리를 옭매고있는 화제들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나오고, 그 얘기를 하다가 또 말싸움으로 번지고 말았다.


도대체 뭘 하나 고민하며 마트로 걸어가는데, 누군가 요가 매트를 들고 어디론가 뛰어가는 것이 아닌가. 순간적으로 머리 속에 스파크가 팡 튀었다.


"소규모 요가 수업을 들어볼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요가의 '요'자도 모르는 우리 둘은 씩씩하게 바로 그 날 요가수업을 등록해버렸다.


"아흑 내 골반"

"악! 내 허벅지 마비된 것 같아!"


그렇다. 정막함 가능한 요가 수업에서 곡소리 내는 하수 2이요! 남들은 쉽게 휙휙 하던데, 왜 난 안 되는 것인가?하는 물음이 50분 수업 내내 나를 감쌌지만, 그 물음에 답할 정신도 없었다.


강사님의 코치에 따라 동작 따라하기에도 벅찼다. 심지어 숨을 들이마실 타이밍에 숨을 내쉬고 앉았다.


드디어 내가 운동을 크게 좋아하지 않는 이유를 30여년만에 깨달았다 - 너무 못해서.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솔직히 수업 중에는 '진심 끝나기만 해봐라' 라며 속으로 만번이상 외치기 일쑤에, 요가 수업이 끝난 후 반나절은 온 몸이 쑤셔 침대에서 꼼짝도 하기 싫을 정도다.


하지만 이상한게...은근히 너무 재밌다는 것이다. 어려워 죽겠다면서 요가 수업만 기다리고있는 우리를 발견했다.


"오빠, 우리 맨날 어렵다 어렵다하면서 왜 맨날 요가 얘기하고 있는걸까?"


"그 시간만큼은 몸이 너무 힘드니까 그거에 집중하다보니, 일상에서 우릴 괴롭혔던 이슈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한 시간이라도 그 문제들에서 벗어나니까 마음이 한결 가벼운거고"


유.레.카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은 바꾸기 어렵다. 하지만, 그 일상에 작은 구멍을 만들어주는 일은 어렵지만 가능은하다.


하루하루 쉽지 않은 우리의 삶,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숨구멍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같다.


우리부부는 함께 요가를 한다. 너무나도 서툴고 부족하만 소소한 행복을 가득 느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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