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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온 Oct 13. 2024

층간소음 노이로제의 늪

언제쯤 층간소음의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나는 지난 3년, 그리고 언제까지일지 모를 길고 긴 '층간소음'이라는 이름의 터널을 걷고 있다.


3년 전, 설레는 마음 가득 품은채 녹음이 푸르른 한 마을로 이사를 갔다. 기쁨도 잠시, 소음 전쟁은 입주한 날 새벽부터 시작됐다.


새벽 2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윗층 노부부의 하루. 새벽부터 그들은 매우 바쁘다. 마늘을 찧고, 청소기를 돌리다, 베란다 밖으로 물을 뿌리고, 욕조에 물을 받아 목욜을 하며 노래도 부른다. 자주 목소리를 높여 싸우기도 한다. 그리고 새벽 5시가 되면, 항상 30분간 '쿵쿵쿵쿵' 일정한 간격의 발자국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부부는 경외스러울 정도로 거진 24시간 깨 있는 느낌이고, 그에 따라 층간소음이 아침이고 새벽이고 밤이고 항상 지속되다보니 소위 '귀가 트여버렸다'. 해서, 잠을 설치는 날도 많아졌고,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잔잔바리로 아프거나 일 실수를 하는 일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가장 힘든 건,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지고 시도때도 없이 쿵쿵 뛰는 내 심장이었다.


처음엔 윗층에 소음방지 슬리퍼와 매트를 사다 드렸고, 두 번째 올라갈 땐 과일을 사갔다. 세 번째 올라갈 땐 고기를 사들고 말씀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선물의 효력은 30분 이상 지속되지 않았고, 소음방지 슬리퍼와 매트는


층간소음이 거의 24시간 지속되다보니 소위 귀가 트여버려서, 잠을 설치는 날도 많아졌고,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아프거나 일 실수를 하는 날들도 생겨났다.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하루하루를 살며, 위층에 층간소음 방지 슬리퍼와 매트등을 사드렸고, 기분 상하지 마시라고 고기 사들고 방문해보고 말씀드리기도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어느날은 노부부를 보면 안될것같아 관리사무실에 층간소음 방송을 부탁했고, 결국은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기도했다.


하지만 늘 결과는 똑같았다. 위층 노부부가 협조할 마음이 있으셔야한다는거. 어떻게든 해보려 난리를 친다해도, 서로가 대화로 풀거나 소송을 거는건데 소송 자체 시도도 어렵고, 대부분 승소 케이스를 보지는 못했다는거.


그 사이 가끔 분리수거나 쓰레기를 버리러가다 우연히 지나칠때마다 위층 할머니는 나를 보고 악을 썼다. 내돈으로 내가 산 집에서 새벽에 왜 마늘빻으면 안되고, 세탁실에서 김치 담그면 왜안돼?, 복도에서 메주 말리면 왜안돼? 그리고 내가 내집에서 왜 답답하게 실내화를 신어야해? 옛날엔 다 했는데 왜 요즘 애들만 유난이야? 라고...


경비 선생님도 관리사무소도..윗집 할머니가 좀 사나우신게 아니니...최대한 우리가 좀 참으면 나중에 복 받을거다라고 말씀은 하시는데,.이해는 하면서도 화가 붇받쳐올랐다.


이사가면 될 거, 왜 못 갔냐고? 가고 싶어 백방으로 알아봤었다. 층간소음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 같은 집들은 다 영혼을 팔고 팔아도 전세금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뭐 여러 이유가 있지만 금전적 부분이 컸다.


그래서 귀마개를 끼고 오랜 시간 살았다. 근데 귀마개라는게 생활하는 시간에는 괜찮은데, 잘때끼면 이상하게 쿵쿵하는 심장소리가 들리는것만 같았다. 하지만, 잠에 들면 괜찮아지니 그냥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에게서 전화가왔다.

"XX야, 이제 층간소음 윗층 고소하는거 어렵지 않아졌데" . 전화를 끊자마자 여기저기 기사를 찾고 기관에 문의도 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알게됐다. 엄마가 뉴스 헤드라인 '층간소음 기준 데시벨 조정'을 고소 기준 조정/강화라고 이해해버린셨다는걸.


허탈했다. 웃긴건 조정될 데시벨도 기준이 바뀐것일뿐, 그에 대한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은 반쪽짜리 해결책인지라, 왜 그렇게 대대적으로 발표를 했나 원망스러울정도였다.


솔직히 성격상 윗층 고소를 해낼 깜냥이 없는 나지만, 20분정도 이 지옥을 끝낼 수 있겠다 싶어 설레기도 했었다. 상상만으로도 카타르시스가 솓아올랐다. 한동안은 더 이 집에 살며 고생하겠지만, 그래도 몇가지 배움은 절실히 얻고 나가게됐다.


* 더불어 살아가는 것도, 최소한의 매너와 배려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

* 사람에 대한 일은 사람이 노력한다고해서, 꼭 해결되는건 아니라는 것

* 뉴스는 끝까지 듣고 볼 것

* 밉지만 미워만하고 나쁜거나 악한 생각은 하지 말 것 (당시엔 기분 좋으나, 죄책감이 좀 든다)

* 나이가 들수로 어렵겠지만 '어른'의 자세로 세상을 보도록 노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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