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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온 Jul 22. 2021

거부할 수 없는 매력, 짜장면

왜 짜장면은 항상 맛있는걸까?

날씨가 더운 것도 있고 최근 마음 써야 할 일들이 많다 보니 입맛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몇일 전, 유튜브로 이 채널 저 채널 돌려보다 한 먹방 유튜버가 짜장면을 맛깔나게 먹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정말 우리가 흔히 익히 알고 있는 간짜장이였다. 윤기 좌르르 흐르는 소스 위에 가지런히 놓여져있는 오이 고명이 그렇게나 맛있게 보일 수가 없었다. 새벽 2시가 넘은시간이였는지라, 대부분의 식당들이 모두 문을 닫은지 오래였다.


거짓말이 아니고 정말 그 날은 깊숙한 잠에 빠지기 어려웠다. 음식이 눈 앞에 아른거려 배고파서 잠이 못 든적은 어렸을 적을 빼고는 거진 처음이 아니였나 싶었다.


쉬는 날에는 오전 11시 넘게까지 늦잠자는 1인이였거만, 그 날은 짜장면을 먹어야 한다는 일념 하나에 무려 오전 9시 30분에 눈이 번쩍 떠졌다. 너무 급하게 먹으면 위가 다칠 수 있으니 시리얼로 위 보호를 간단히 한 후 앱을 켰다. 그리고 배달 앱을 켰다. 그리곤 경건한 마음으로 주문하고 싶던 음식들을 차례대로 장바구니에 넣기 시작했다 - 쟁반 짜장, 짬뽕, 탕수육.


30여분 뒤, 오전 11시에 나만의 만찬을 시작했다. 역시 기다린 보람이 있던 것이었을까, 냉장고에서 꺼내온 신선한 배추 김치를 면에 돌돌말아 한입 가득 배어물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짜장면이 선사하는 뭔가 모를 풍부함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짜장면을 언제 처음 먹게 되었는지에 대한 기억은 없다. 그저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짜장면 사주신다하면 설레었던 기억뿐이다. 다만, 언제부터 나 스스로 온전히 소유할 수 있는 1인 1짜장면을 먹을 수 있게 되었는지 그 시기는 기억한다. 요즘으로 치면 초등학교 입학식 날부터였다.


입학식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내 소유의 짜장면을 한 그릇을 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제는 큰 어린이가 되었으니 주는거야. 다 먹을 필요는 없어. 다만, 이제 짜장면 한 그릇을 다 먹어도 될 나이가 된 만큼 더 건강하게 씩씩하게 크는거야"


씩씩하게 대답은 잘 했지만 사실 그 당시에는 짜장면 한 그릇을 온전히 맛볼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해서 더 건강하고 씩씩한 어린이가 되라는 당부는 귓등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너무 행복했다. 도대체 이 맛있는 음식을 발명해 내신 분은 누구일까? 이런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신기한게 나이가 들며 입맛은 변한다고 하지 않나? 어릴 적에는 그렇게 먹기 싫던 나물류의 음식이 좋고, 냄새에 굴복해서 입에는 대지도 못했던 청국장이 소울푸드가 된 어른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한건, 짜장면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점점 단 음식을 잘 못 먹게 되는 경향이 있어 나 스스로도 놀라곤 했었는데 짜장면은 예외였다. 8살 때 짜장면 한 그릇을 다 먹을 수 있다는 행복감에 젖어 한 술 크게 떴을 때 느꼈던 그 맛과 감정이 40을 바라보는 지금도 유효하다.


대단한 음식이 아닐 수 없는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음식인데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짜장면은 맛있다는게.


어릴 때 이런 노래가 유행 있었다.

[짜증날 땐 짜장면, 우울할 땐 울면, 복잡할 땐 볶음밥, 탕탕탕탕 탕수육]


어디서 누가 만든 노래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90년대에 유년기를 보냈다면 아마 많은이가 알 노래라 생각한다. 근데 정말 누가 만들었는지 찰떡이긴한다.


요즘 정말 우울하고 짜증나는 일이 많았는데 짜장면 한 그릇 뚝딱하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인생 뭐있어, 맛있는거 먹고 살면 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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