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가까운 지인들과 점심 식사를 했다. 서로의 근황을 묻고 시시콜콜한 생활 이야기를 하던 중, 한 지인이 최근 유럽 지역 사람들과 함께 업무했던 일화를 들려주었다.
우리는 OO 캠페인 컨버전 증가가 시급해서, 유럽쪽에 리소스를 조금 더 투입해서 일정을 앞당길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 "그렇게되면 직원들이 일하는 시간이 많이 늘어나서,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한다.
이 상황이 만약 우리 사회였으면 어땠을까?
몇 주간 끊임없는 야근으로 나를 갈아넣으며 어떻게든 타임라인을 줄였을것이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지만... 여전히, 가족과의 시간 혹은 나만의 휴식 시간보다 "열심히 해서 빠른 시간 내에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것이..아직은 미덕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뭣 때문에 이리 열심히 살고, 이리 스스로들에게 엄격한걸까?
[꺼지지않는 슬랙채널]
예전에 한 외국인 동료가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한국은 이미 퇴근 시간 지난거 같은데 왜 다 슬랙 on으로 되어있어? 그렇게 할 게 많아?"
"응 할일 많아"라고 타이핑을 하던 중, 이렇게 보내는건 아닌거 같아 나도 모르게 쓰던 답변을 삭제했다. 생각해보면, 해외 지사나 국내 지사나 쳐내야 할 일들의 가짓수는 비슷하다. 그런데, 하나하나 조금 더 면밀히 들여다보면 같은 가짓수의 일을 하는데 우리는 두 배, 세 배 더 많은 일들을 해내야만 하는 구조가 되어있다. 왜? 완벽주의자들 투성이라.
100% 확신은 할 수 없지만, 해외지사들을 보면 '어떤 서비스나 고객을 100% 만족 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본 해외 담당자들의 경우, '서비스 이용 중간중간 어려움이 있더라도, 전체적으로 봤을때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라는 마인드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반대로 한국은 '서비스 이용시에 고객이 어려움을 겪는 페인포인트를 바로바로 캡쳐해서 고쳐내야한다. 어떻게해서든 빨리 해결해서 우리 서비스가 고객들의 구매고려대상 순위에 들어야한다'라는 마인드가 은연중에 심어져있는 느낌이다.
나도 그렇고 내 주변도 그렇고...모두가 힘들다고 한다. 쉬고싶다고 한다. 이렇게 일해서 내가 얻는게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슬랙채널은 가장 먼저 켜지고 가장 늦게 꺼진다.
우리는 무의식중에 살면서 수천번 수만번 듣고 내뱉은 '열심히 하자'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책임을 지기 위해 너무 열심히 살아왔고 너무나도 열심히 살아가고있다.
[조금 덜 열심히...살 수 있을까?]
우리는 가끔은 '열심히 하자'의 굴레에 갖혀, 어쩜 5만큼 열심히해도 되는 일을 8,9만큼 하고 있는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5로만 충분하다면, 우리 조금의 책임감을 내려놓고 5만하며 살 수 있을까? 조금 더 우리의 쉼을 위해 시간을 할애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