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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예술, 그 너머 13

정동진, 바다가 손짓하는 곳에서

by 아모르파티

회원들의 질서정연한 참여속에 성황리에 정기총회와 위생교육을 치르고 나니, 미용협회 일 년 농사의 반을 잘 지어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마음이 흐뭇했다. 회원들의 성숙한 참여 속에 모든 일정이 질서정연하게 마무리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단합대회다. 학교 다닐때도 소풍간 기억이 오래 남듯이 회원들이 직업을 그만 두더라도 단합대회 간 여행 경험은 오래도록 기억 될 추억으로 선물하고 싶었다. 고민 끝에 강원도 정동진으로 행선지를 정했다.

불경기일 때는 회원들에게 회비를 받는 것도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묵묵히 협회를 지켜온 분들께 작은 보답이라도 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상원사에서 적멸보궁까지 오르는 코스를 생각했지만, 가파른 산길이 부담스러울 듯했다. 오색약수로 방향을 돌렸지만, 대관령을 넘어야 하는 시간적 부담이 컸다. 결국, 금강산을 옮겨 놓은 듯한 소금강 등산로를 선택했다. 생강나무와 측백나무가 어우러진 완만한 산길을 따라 걷는다면 모두가 편안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동해바다 정동진에 도착했다.

드라마 모래시계 촬영지로 유명한 이곳은 드넓은 바다가 품을 벌리고 우리를 맞이했다. 바다 향 가득한 정동진 역사 주변을 거닐다 보니, 세월이 켜켜이 쌓인 듯한 모래시계 공원이 눈에 들어왔다. 점심으로 회 정식을 푸짐하게 즐기고, 모래시계 공원을 거닐며 시원한 바닷바람에 몸을 맡겼다. 군함 9층 전망대에 올라 바라본 강릉 시내와 동해의 푸른 물결은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씻어 주는 듯했다. 절벽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그 위를 자유롭게 떠도는 갈매기 떼, 우리는 바다를 보며 일에 치인 피로와 근심을 파도에 실어 보냈다.

이곳이 ‘정동진’이라 불리는 이유도 흥미로웠다. 임금이 살던 서울 광화문에서 정동쪽에 위치한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한다 공원 한가운데 자리한 거대한 모래시계는 1995년 SBS 인기 드라마 방영 시간이 되면 '귀가시계'라 할 정도로 인기가 대단해서 거기에 등장한 배경을 기념해서 공원을 조성 했다.

모래시계는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었다. 상부의 모래는 미래를, 하부의 모래는 과거를 의미하며, 흘러내리는 모래는 시간의 흐름을 나타낸다고 했다. 황금빛 원형은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을, 푸른빛 유리는 바다를 상징했다. 기차 레일처럼 나란히 놓인 선은 영원히 만나지 않는 평행선처럼 시간의 영속성을 뜻한다고 했다. 설명을 들을수록 깊은 여운이 남았다.

회원들은 도착지마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하며 시간과 질서를 철저히 지켰다. 그러면서도 놀 때는 누구보다도 신명 나게 즐겼다. 함께 춤을 추고, 웃고 떠드는 모습이 마치 오래된 가족처럼 따뜻했다. 그럴수록 마음 한편에서 뿌듯함이 차올랐다. 하지만 여행이란 늘 예상치 못한 일이 따르는 법. 갑자기 한 회원이 몸이 아파 힘들어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간호하며 곁을 지켰다. 특히 구역장님은 한시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정성껏 돌보았다. 마치 어미닭이 병든 새끼를 품듯이. 그 모습을 보며 ‘더불어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깨달았다. 단순한 모임이 아니라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는 가족 같은 공동체다.

바다를 따라 거닐던 길, 어느새 저녁노을이 바다 위에 붉은 물감을 풀어 놓았다. 수평선 너머로 태양이 천천히 가라앉고, 하늘과 바다가 한 폭의 그림처럼 번져갔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바다의 장엄한 인사였다.

회원들은 이 여행이 일 년 치 스트레스를 날려준 것 같다며 웃었다. 불경기에 몸도 마음도 위축되었지만, 이렇게 함께 떠난 여행이 큰 위로가 되었다고 했다. 우리는 또 한 번 마음을 맞추어 ‘가을 단풍여행’을 기약했다.

정동진, 바다가 손짓하는 그곳에서 우리는 다시 한 걸음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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