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저작권법’이라는 말을 들었던 건 대학원 다닐 때였다. 교수님 한 분이 논문을 쓰면서 몇 줄 인용한 게 문제가 되어 수천만 원의 벌금을 물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때만 해도 ‘몇 줄쯤이야’ 했는데, 그 몇 줄이 큰일을 불러올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강의를 하면서 '저작권'에 대해 주의를 더 자주 듣게 되었다. 같은 학교 교수님이 학생에게 받은 내 수업용 PPT 자료를 들고 와서 물결 그림 하나를 보며,
“이 그림 누구한테 받았어요?”
따지는 바람에 혼쭐이 났다. 그날 이후로는 글, 그림 하나 수업에 쓸 때도 조심, 또 조심하게 되었다.
한 번은 ‘자기주도학습’이란 주제로 무료 특강을 들으러 간 적이 있다. 내용이 너무 좋아 사진으로 PPT 띄운 화면을 찍어가며 열심히 받아 적었다. 앞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놓치는 장면이 많았다. 쉬는 시간에 교수님께 수업자료 좀 받을 수 있느냐고 조심스레 여쭸더니, “저작권 때문에 드릴 수 없다"라고 미안하다고 하셨다. “그림 하나 때문에 벌금 물게 되면 강의료 몇 배를 토해내야 합니다”말에 더는 할 말이 없었다.
"제가 복사만 하고 금방 가져올게요." 말씀드리고 인쇄하고 바로 돌려 드린 적이 있다.
특히 예술 분야는 글 한 줄, 작은 그림 하나 저작권이 더 예민하다. 작가가 사망하고 70년이 지나야 저작권에서 자유로워진다는데, 요즘같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시대에 70년은 너무도 긴 시간이다. 강의 준비를 하다 보면 꼭 인용할 부분이 있는데, 그럴 땐 출처를 꼭 밝히고, 수강생들에게도 인터넷 등에 수업자료 유포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문제는 50, 60 우리 같은 세대다. 공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자, 수업을 듣고, 좋은 자료가 있으면 친구에게 보내주고 싶어 하는 그 따뜻한 마음이 종종 화근이 된다. 예전에는 그게 그냥 미덕이었는데, 지금은 그게 ‘저작권 침해’가 된다. 문자로, 카톡으로, 단톡방에 올리는 순간 그 자료가 어디로 퍼질지 모른다. 그러다 본의 아니게 파파라치에게 찍히면 벌금이 수백만 원, 심하면 천만 원을 넘기도 한다.
어느 강사는 그 일로 강의 자체를 그만두었다고 했다. 수강생이 수업 내용을 친구에게 보냈는데, 그게 돌고 돌아 결국 인터넷에 퍼지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수업 시작 전마다 “자료 공유하지 마세요”, “사진 찍지 마세요” 하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요즘은 온라인 수업도 많아졌다. 화면 하나 캡처하는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작은 행동이 법적으로는 큰 문제로 이어진다. 강사나 기관에서는 아예 수강 전 서약서를 받기도 한다. 예전에는 그런 걸 보면 ‘저 자료 가지고 사람을 쥐 잡듯 하네’ 싶었지만, 이제는 이해한다. 그게 세상이 바뀌었다는 증거이고, 우리가 배워야 할 새로운 질서다.
저작권법은 누구를 괴롭히기 위한 법이 아니다. 창작자의 권리를 지키고, 정당한 사용을 통해 모두가 함께 지식을 누릴 수 있게 하려는 최소한의 약속이다. 우리 세대는 책 한 권 얻기 어려웠던 시절을 살았다. 이제는 클릭 한 번이면 모든 것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 쉽게 얻는 시대일수록, 남의 것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
나이 든 나도 처음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말한다. AI 시대, 저작권은 변화하고 진화해야 한다.
“저작권은 배려고, 예의고, 공정입니다.”
우리 세대가 먼저 지키는 모습 보여주면, 젊은 세대도 그 뜻을 더 깊이 받아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