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들은 일찍 시작했다.
빠른 아이들은 초등학교 4학년.
보통은 중학교 1학년, 2학년이면 대부분 생리를 시작했다.
나는 중학교 2학년까지만 해도 키가 작은 편이었다.
그런데 중학교 3학년이 되자 갑자기 키가 자라기 시작했다.
정확히 재보진 않았지만, 한 해에 15cm는 큰 것 같다.
거울을 보면 몸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내 몸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무렵, 여섯 명이 몰려다니던 내 친구들 중
생리를 안 한 아이는 나뿐이었다.
나는 키도 작지 않았고, 마른 편도 아니었고,
어딘가 특별히 느려 보이는 아이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몸은 조용했다.
나는 내 몸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내 친구들은 다 생리하는데 왜 나는 안 하노?”
엄마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아이다, 할 낀데.”
그 말이 이상했다.
엄마는 의사도 아닌데, 왜 저렇게 확신하지?
나는 괜히 불안했다.
괜찮다고 해주는 말조차
몸에 와닿지 않았다.
그렇게 중학교 3학년이 끝났다.
졸업식도 지나고,
이제 고등학교 입학만 남았을 무렵이었다.
고등학교 교복도 맞췄고,
다음 계절을 기다리며 집에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뭔가 축축한 기분이 들었다.
얼른 화장실로 쫓아갔다.
팬티에 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드디어, 나도 시작한 거였다.
엄마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엄마… 나 생리하는 것 같다. 피가 나와.”
남동생 서준이가 들을까 봐,
작게 말했다.
엄마는 장롱 안에 있던 생리대 서랍을 열어
생리대 하나를 꺼내서 내 손에 쥐여주었다.
속옷도 함께.
“이거 차고 오면 된다.”
그게 전부였다.
나는 혼자 갈고 나왔다.
다행히 방법은 알 수 있었다.
모양도, 그림도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었다.
어렵진 않았다.
그런데 뭔가 허전했다.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그보다 더 강했던 감정은
‘축하받지 못한 기분’이었다.
친구 누구는 처음 생리했다고
가족들과 케이크에 촛불을 불었다고 했고,
누구는 외식을 했다고 했고,
또 다른 친구는 용돈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그저
“이거 차고 오면 된다.”
는 말 한마디만 남았다.
아무도
내 몸의 첫 변화를
축하해주지 않았다.
나는 그게
조금 서운했다.
아니, 꽤 서운했다.
나, 좀 관종이었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