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거래소에서 상장 전 코인을 나눠주는 이벤트가 있었다. 문제를 풀고 만점을 받자, 코인 40개가 공짜로 들어왔다. 시작가는 천 원. 밤 열 시 상장과 동시에 가격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나는 큰 욕심을 부릴 생각이 없었다. 공돈이니 모험해도 괜찮겠다고 여겼다. 천 원짜리가 두 배쯤은 가리라 싶어, 2천 원에 예약 매도를 걸어두었다. 그런데 기찬이가 전화를 걸어왔다.
“하린아, 팔았어? 당장 시가에 팔아.”
그는 계속 몰아붙였다.
코인과 주식을 만진 지 벌써 4~5년. 전문 투자자처럼 차트만 파고들진 않아도, 이 세계의 생리쯤은 안다고 생각했다. 특히 코인 상장 때 자주 나타나는 ‘상장빔’이라는 현상도 알고 있었다. 상장 직후 사람들의 매수 심리가 몰려 가격이 급등했다가, 곧바로 꺼져버리는 패턴. 대부분의 코인들이 그랬다. 그래서 ‘한두 배는 오르겠지’ 싶어 2천 원을 목표로 예약 매도를 걸어둔 것이었다.
하지만 기찬이와 나는 애초에 가치관이 달랐다. 그는 늘 즉각적인 선택을 중시했고, 나는 세운 기준을 끝까지 지켜보려 했다. 그런데 그는 내 판단을 존중하기보다 자기 방식을 강요했다. 결국 나는 흔들렸고, 얼떨결에 예약 매도를 취소한 뒤 시가에 팔아버렸다.
다음 날 아침 차트를 열었다. 믿기 어렵게도, 그 코인은 내가 예상한 그대로 움직였다. 2천 원을 찍고 내려온 것이다. 정확히는 2,099원까지 올랐다가 흘러내렸다. 나는 차트를 캡처해 기찬이에게 보냈다.
“기찬아, 봐라. 진짜 2천 원까지 찍었잖아.”
하지만 그는 “맞네, 네 말이 맞았네” 혹은 “미안”이라는 말은 끝내 하지 않았다. 대신 슬쩍 말을 돌렸다. 정작 돈보다 더 얄미운 건, 그 모른 척이었다.
잃은 건 없다. 애초에 공돈이었으니까. 그래도 아쉬움은 남았다. 더 벌 수 있었던 기회가 사라진 데서 오는 허탈함, 그리고 내 판단을 밀어붙이지 못한 자책. 결국 돈 때문이 아니라, 내 기준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것이 오래 남았다.
그러나 곱씹어보면 투자도, 인생도 마찬가지다. 정답은 없다. 지금 파는 게 맞을 수도 있고, 기다리는 게 맞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 순간 내가 어떤 마음으로 선택했느냐는 것이다. 정답 없는 선택 앞에서, 나는 다시 묻게 된다. 다음번에는 내 기준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