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회사에 들어갔을 때는 모든 게 새로웠다.
내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일들이 눈앞에서 펼쳐졌고, 그 속으로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즐거웠다.
아침에 출근하는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질 만큼, 나는 그 낯선 세계를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달라졌다.
업무의 결을 조금씩 알아가자, 그만큼 상사들의 기대와 요구도 늘어갔다.
처음에는 그저 응원의 메세지만 듣던 내가, 이제는 나의 실수로 인해 지적을 받는 일이 잦아졌다.
그리고 지적을 들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작아졌다.
‘혹시 이 사람들은 나를 싫어하는 걸까.’
사소한 한마디에도 마음이 흔들리고, 불안이 서서히 몸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불안은 곧 스트레스로 바뀌어, 퇴근 후에도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 무렵 나는 장례지도사 공부를 시작했다.
언젠가 해보고 싶다고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길이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시작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더 혼란스러웠다.
나는 지금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이 공부를 시작한 건 과연 잘한 걸까.
불안은 질문이 되어 나를 따라다녔다.
그래서 나는 2주 만에 다시 찾아오는 상담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선생님 앞에 앉아 “저 이렇게 힘들었어요.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하고 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었으니까.
퇴근길, 나는 진짜 달리듯이 병원으로 향했다.
마음속에 가득 찬 혼란과 떨림을 안고서.
“하린 씨, 지난 2주는 어땠어요?”
선생님의 물음이 시작되자, 나는 준비해온 듯 지난날들을 쏟아냈다.
회사에서 느낀 불안, 위축된 마음, 그리고 장례지도사 공부를 시작한 혼란까지.
말을 다 하고 나니, 내가 얼마나 이 시간을 기다려왔는지 새삼 느껴졌다.
선생님은 잠시 내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이렇게 말씀하셨다.
“하린 씨, 모든 사람들이 하린 씨를 이유 없이 좋아할 수는 없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나도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선생님의 목소리로 다시 들으니 비로소 마음속에 자리를 잡았다.
‘그래,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필요는 없지. 누군가는 나를 이유 없이 싫어할 수도 있지.’
그 단순한 문장이, 흔들리던 마음을 다잡아 주었다.
그리고 상담이 끝날 무렵,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해준 말.
“하린 씨가 지금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하고, 자격증 공부를 하고, 시간을 내어 운동까지 하고 있는 건 결국 더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한 과정 아닐까요. 저는 하린 씨가 분명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작가가 될 거라고 믿어요.”
그 순간, 내 심장이 크게 뛰기 시작했다.
설레었다.
마치 어둡던 길 위에 누군가 불을 켜준 것처럼,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환히 보이는 기분이었다.
상담실을 나서면서도 그 떨림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불안으로 달려갔지만, 희망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삶이란 어쩌면, 나를 몰아붙이는 불안과 나를 붙잡아주는 한마디 사이에서 겨우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오늘 들었던 그 말들이 오래도록 내 안에서 살아남아, 다시 흔들릴 때마다 등을 받쳐주는 힘이 되어주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