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순대와의 이별

by 하린

내가 살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체한 날이 있다.

6학년에서 중학교로 올라가던 겨울방학,

긴 방학처럼 길게 쌓인 불안감이 내 속까지 눌렀던 시기였다.

배가 부른데도 먹고, 또 먹고.

입이 외로운 건지 마음이 외로운 건지 알 수 없던 때였다.


그날은 엄마랑 목욕탕에 다녀온 날이었다.

물을 잔뜩 머금은 몸으로 집에 들어오니

작은삼촌이 사다 놓은 순대가 테이블 위에 김을 피우고 있었다.

때 밀고 허기진 배로, 나는 정신없이 순대를 먹었다.

그리고 그날, 나는 체했다.


속이 더부룩했고, 토하고 또 토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3일 동안 밥을 먹으면 토했고,

다시 먹어도 또 토했다.


엄마는 그때 아빠 없이 혼자 우리를 키우느라 바빴고,

나는 외갓집에 갔다가, 아래층 막내이모네에 들렀다.


이모부는 내가 속이 안 좋다고 하자

“와봐라.” 하고는

정말 진심으로, 혼신을 다해 내 등을 주물렀다.

등이 아니라 거의 장기를 흔드는 수준이었다.

그러고는 내 엄지손가락을 바늘로 뚝 찔렀다.

놀랍게도 검은 피가 나왔다.


그리고 트림이 터졌다.


한 1분은 한 것 같다.

내 입에서, 내 속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그 긴 시간.

그걸 지켜보던 사촌동생 세나는 아직 기억한다.

“언니 그때 트림 진짜 많이 했잖아. 깜짝 놀랬대이.”


트림이 끝났을 때, 나는 깨운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 허기가 져서 밥을 먹었다.

토하지 않았다.


그게 내가 살면서 처음 체했던 날이다.

그리고 나는 그날 이후로

순대를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진짜로.

한 서른다섯 살쯤 돼서야 겨우 다시 먹기 시작했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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