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한테는 갈색 다이어리가 하나 있었다.
엄마는 가죽 다이어리를 썼다.
그때는 다이어리 하나쯤은 모두가 갖고 있었다.
유행이었으니까.
근데 그 다이어리는… 그냥 다이어리가 아니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엄마는 그 다이어리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 그러다 또 하루,
비슷한 말이 반복됐고,
결론은 없었다.
“보고 싶다.”
“그립다.”
“당신이 너무 원망스럽다.”
“왜 나를 두고 갔냐.”
“나도 같이 죽고 싶다.”
“근데 애들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다.”
“나 어떡해야 되냐…”
그 다이어리는
엄마의 대화 없는 독백이었고,
내가 처음 본 어른의 무너짐이었다.
그 시절,
나는 서준이랑 진짜 심하게 싸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제지해 줄 사람이 없었다.
예전엔 아빠가 내 편을 들어주고,
서준이를 혼내고,
엄마는 서준이를 감싸고 나를 혼내고…
어찌 됐든 그게 균형이었다.
근데 아빠가 없어진 뒤부터는
그 균형이 깨졌다.
엄마는 늘 말했다.
“때리는 놈이 잘못이지.”
그게 전부였다.
보이는 대로 말했고,
누나가 동생 안 챙기면 잘못한 거였다.
그리고 엄마는,
집이 무서웠을지도 모른다.
아빠랑 살던 집인데,
아빠는 없고
우리는 맨날 죽일 듯 싸우고 있었으니까.
그 다이어리에 쓰인 글들을
어느 날 우연히 봤을 때—
내 가슴이 너무 뜨거워졌다.
진짜로,
‘쿵’ 하고 뭔가 내려앉는 기분.
눈물이 나는 것도 아니고,
숨이 막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마음 밑바닥까지 뜨거워지는 느낌.
엄마가 나를
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진짜로.
엄마가 우리를 두고
어디론가 떠나버릴 것만 같은 기분.
그래서 무서웠다.
그 이후로
나는 엄마 눈치를 보게 됐다.
엄마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다이어리를 기억한다.
엄마의 일기.
내가 그걸 봤는지도.
그 내용을 얼마나 무서워했는지도.
엄마는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