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엄마의 일기

by 하린

엄마한테는 갈색 다이어리가 하나 있었다.

엄마는 가죽 다이어리를 썼다.

그때는 다이어리 하나쯤은 모두가 갖고 있었다.

유행이었으니까.

근데 그 다이어리는… 그냥 다이어리가 아니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엄마는 그 다이어리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 그러다 또 하루,

비슷한 말이 반복됐고,

결론은 없었다.


“보고 싶다.”

“그립다.”

“당신이 너무 원망스럽다.”

“왜 나를 두고 갔냐.”

“나도 같이 죽고 싶다.”

“근데 애들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다.”

“나 어떡해야 되냐…”


그 다이어리는

엄마의 대화 없는 독백이었고,

내가 처음 본 어른의 무너짐이었다.


그 시절,

나는 서준이랑 진짜 심하게 싸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제지해 줄 사람이 없었다.

예전엔 아빠가 내 편을 들어주고,

서준이를 혼내고,

엄마는 서준이를 감싸고 나를 혼내고…

어찌 됐든 그게 균형이었다.

근데 아빠가 없어진 뒤부터는

그 균형이 깨졌다.


엄마는 늘 말했다.

“때리는 놈이 잘못이지.”

그게 전부였다.

보이는 대로 말했고,

누나가 동생 안 챙기면 잘못한 거였다.

그리고 엄마는,

집이 무서웠을지도 모른다.

아빠랑 살던 집인데,

아빠는 없고

우리는 맨날 죽일 듯 싸우고 있었으니까.


그 다이어리에 쓰인 글들을

어느 날 우연히 봤을 때—

내 가슴이 너무 뜨거워졌다.


진짜로,

‘쿵’ 하고 뭔가 내려앉는 기분.

눈물이 나는 것도 아니고,

숨이 막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마음 밑바닥까지 뜨거워지는 느낌.


엄마가 나를

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진짜로.

엄마가 우리를 두고

어디론가 떠나버릴 것만 같은 기분.


그래서 무서웠다.

그 이후로

나는 엄마 눈치를 보게 됐다.


엄마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다이어리를 기억한다.

엄마의 일기.

내가 그걸 봤는지도.

그 내용을 얼마나 무서워했는지도.

엄마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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