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아빠를 다시 보내던 날 밤

by 하린

아빠가 죽고 나서,

엄마는 우리까지 잘못될까 봐 겁을 냈다.

점쟁이를 찾아갔고,

거기서 나랑 서준이도 명이 짧다고 했다.

아빠를 닮아서라고.


엄마는 그날,

명주실을 한 다발 들고 와서는

거기에 꽂혀있는 만 원짜리 한 장씩을 뽑아줬다.


“다은이, 이 만 원은 니 혼자 써라.

절대 친구들한테 사주지 말고,

서준이한테도 사주지 마라.

서준이도 누나한테 사주지 마라.

이건 각자 혼자만 써야 되는 돈이다.”


나는 잘 몰랐다.

엄마가 얼마나 간절했는지.


근데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49제가 지났는데도

아빠가 자꾸 엄마 꿈에 나타났단다.

그게 너무 힘들고 괴로웠다고 한다.

엄마는 아빠가 좋은 곳으로 가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날도 비가 오는 날이었다.


아침에 학교에 가려는데

엄마가 오늘은 친구들이랑 놀지 말고

바로 집으로 오라고 했다.

학교가 파하고 집에 갔더니,

엄마가 낯선 아줌마들이랑 봉고차를 타고 오셨다.

그리고 우리더러 타라고 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어딘가 외진 시골,

‘굿당’이었다.


과일과 화려한 과자들이 차려져 있었고,

삼베 한 필이 놓여 있었고,

무당이 귀신을 부르는 듯한 의식을 시작했다.


그리고 말했다.

“아빠가 오신다.”

그리고는 나에게,

“아빠를 받으라”라고 했다.


나는 무서웠다.

받기 싫었다.

아빠는… 귀신이잖아.

죽은 사람이잖아.


그런데 나에게

무릎을 꿇렸고,

그 삼베 한 필을 내 팔 위에 얹었다.

“이게 아빠다.”


기도하라 했다.

나는 눈을 꼭 감았다.

꽹과리 소리, 징 소리, 장구 소리,

무당의 고함.


그리고 내 팔이 저절로 올라갔다.

나는 놀라서 울었다.

무당은 소리를 질렀다.

“그만 내려오라!”


무당은 그날

자기가 아빠를 빙의했다며

엄마와 끌어안고 울었다.

그 모습은 이상했다.

나는 그 사람이 아빠 같지 않았다.


그렇게 이상한 의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엄마는 우리를 두고 삼 교대 공장으로

야간근무를 하러 나갔다.


밤이 되자

마당에서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비 내리는 밤,

아기 울음처럼 우는 고양이 소리.


나는 서준이랑 단둘이 있었고,

그날 밤이 너무 무서웠다.

이불을 깔고 누웠는데 자꾸 심장이 두근거렸다.

서준이도 무서웠나 보다.

평소엔 제 멋대로에

맨날 누나를 때리고 괴롭히는 아이가

그날은 내 옆에 꼭 붙어있었다.

그렇게 서준이와 서로 꼭 껴안고 잠이 들었다.


그 굿판의 냄새, 공기, 소리,

아직도 기억난다.


그리고 그날 밤 서준이와 불을 다 켜놓고

꼭 껴안고 잠든 기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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