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요리를 썩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된장찌개도, 김치도, 반찬도 평범하거나 어쩌면 조금은 밋밋했다.
외할머니도 늘 그랬다.
“아이고 정선이, 니는 요리는 못하면서 주전부리 같은 거는 희한하게 잘 만든다. 아이고, 얄궂어라.”
맞다.
우리 엄마는 간식의 마법사였다.
튀김기를 하나 들이더니 탕수육, 감자튀김, 고로케, 고구마 맛탕, 도넛…
그 조그마한 주방에서 쉼 없이 튀기고 또 튀겼다.
칠성시장에서 순대며 떡볶이 재료를 한 보따리씩 싸 오면
엄마는 동네 아이들, 사촌동생들, 사촌언니들 다 불러다가
정말 말 그대로 ‘잔치’를 열었다.
그런데 그 모든 간식 중에서도
엄마의 시그니처 요리,
엄마의 피자는 진짜… 전설이었다.
레시피는 이랬다.
커다란 냄비에 버터를 넣고
다진 양파를 산처럼 넣는다.
그리고 다진 소고기와 ‘벽돌햄’이라 불리던 네모난 햄을 다져 함께 넣고 볶는다.
양파가 살짝 갈색빛이 돌 때쯤 케찹을 듬뿍 넣는다.
그렇게 자글자글 볶아 만든 엄마표 피자 소스.
그다음엔 피자 반죽 믹스를 사다가
물을 넣고 반죽을 해서 발효시킨다.
그리고 명절마다 전 부칠 때 쓰던 전기 프라이팬—그 넓은 팬 위에
기름을 두르고 반죽을 얇고 넓게 편다.
그 위에
엄마표 소스를 듬뿍, 고르게 바르고
슈레드 치즈를 마음껏 뿌린다.
피망, 옥수수도 솔솔솔 솔 뿌려서 마무리.
뚜껑을 덮고 치즈가 녹고 도우가 노릇하게 익을 때까지 굽는다.
그럼 그 집 안에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가장 따뜻한 냄새가 피어났다.
그 피자는
손님 전용 메뉴였다.
고모할머니가 오시면,
큰 이모네 사촌들, 유건이오빠, 수아, 셋째 이모네, 고모네 사촌들…
누가 오든, 엄마는 늘 그 피자를 구웠다.
동네 아이들도, 손님도, 친구도 다 그 피자를 먹었다.
그래서 우리 집 냉장고엔 늘 그 재료들이 빠지지 않았다.
그 피자가 너무 맛있어서
우리는 밥도 잘 안 먹고 피자만 찾았다.
엄마는 그러면 또 피자를 구웠다.
“밥은 안 먹어도, 피자는 잘 먹으니 다행이다…”
그 피자를 너무 많이 먹어서
나는 말랐던 얼굴이 동그래지고
볼살이 올랐다.
아마 엄마도, 그런 나를 보며 마음이 놓였을 것이다.
지금은 피자 한 판이 앱 몇 번 누르면 집에 도착하지만
그때 엄마가 구워준 피자는
엄마의 손맛이 아니라, 엄마의 마음이 만든 음식이었다.
지금은 바쁘고 귀찮아서 만들지 않지만
그 시절, 피자를 만들던 엄마의 손길은
‘밥을 안 먹는 딸과 아들을 위한,
엄마만의 방식으로 전한 사랑’이었다고
이제는,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