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있어서 여행이라는 건 호화 리조트의 선베드 위에 누워 파도소리를 감상하는 그런 휴식이 아니었다.
많이 걷고, 많이 보고, 가방을 이리 지고, 저리 지고, 땀을 뻘뻘 흘리며,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에 당황하다가 떄론 친절한 누군가에게 받은 따뜻함을 가슴 깊이 간직하게도 되는 것.
내게 있어서 여행은 그런 거였다.
같은 이름의 여행인데 누군가 에게는 지독히 외로웠고, 누군가 에게는 마냥 즐겁기만 한 것,
저마다의 명분도 다르고 가고 싶은 곳도 다르고 같은 곳을 갔다고 하더라도 좋음의 포인트가 다를 수 밖에 없는 것,
아무리 남들이 이래서 여행이 좋아 라고 수 천 가지의 기분 좋음을 나열해봤자 본인이 경험하면 전혀 다른 수 천 가지의 기분 좋음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
수많은 사람들이 여행은 이런 거에요 하며 얘기했던 것에 공감한다고 해도 나만의 한 줄을 덧붙일 수 있는 것,
여행은 이런 거라고 저명한 철학가가 얘기하고 유명한 작가가 얘기하며 동경하던 TV스타가 나와 광고를 할 지 언정 나의 여행은, 그리고 당신의 여행은 결코 같은 한 마디를 내뱉을 수 없는 흥미진진한 것임에 틀림없다.
다녀온 후에는 예산보다 많이 써버린 탓에 통장잔고가 급격히 줄어있을 지도 모르고 여행에서 있었던 사소한 에피소드들을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싶어 질 수도 있다. 본인이 가 봤던 곳이 혹 TV에라도 나온다면 갑자기 들뜨는 마음을 억눌러야 할지도 모르고, 상상했던 것과는 상당히 많이 다르기에 또 다시 떠나고 싶은 부작용을 이겨내야 한다.
그럼에도 나는 당신이 한 번쯤은 떠나봤으면 좋겠다.
이 큰 태양계에서, 이토록 작은 행성인 지구에서, 그 지구 안에서조차 너무나도 작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만 있는 것들을 보고, 듣고, 느낀다는 게 조금은 억울하지 않은가.
이토록 작은 인간이 비행기라는 신기한 기구를 타고 하늘을 날아 태어나 처음 보는 풍경에 몸을 담그고, 발을 디디는 그 순간이 조금은 궁금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