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한류가 유명세를 타고 있는 줄은 사실 잘 모르고 있던 얘기였다.
그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강남 스타일을 외치는 걸 보고는
아 그 노래가 유명하긴 한가보다 라고 생각한 게 전부랄까.
카파도키아에 일주일을 머물고도 조금 더 머물고 싶어 일정을 미루고,
다시 이스탄불에서 카파도키아로 가는 야간 버스 안이었다.
옆자리에는 파마머리를 한 여자가 앉아있었고, 앞으로 10시간 이상을 함께 해야 했기에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
"안녕, 너 혹시 한국인이니?"
"응, 어떻게 그렇게단번에 알았어?"
"정말 반가워! 난 한국 영화의 엄청난 팬이야!"
실로 그녀의 노트북 안에는 한국 영화들로 가득했다.
그녀는 영화를 전공하는 학생이었고, 영화 감독을 꿈꾸는 소녀였다.
그렇게 우리는 카파도키아로 가는 짧고도 긴 시간 동안 한국의 영화 배우 그리고 한국 영화를 이야기했다.
내가 아직 영화 아저씨를 보지 못했다고 하자 이어폰을 한쪽씩 나누어 꼽고는 그녀의 노트북으로 아저씨를 감상했다.
터키어 자막이 나오는 한국영화를, 터키인의 노트북으로 보는 기분은 이상하기도 하고, 왠지 조금 설레기도 했다.
한류의 힘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비록 영화 감상 이후로 둘 다 잠에 취해버려 우리는 서로의 전화번호를 교환하지도, 다시 볼 수도 없었지만.
그녀와 함께 한 버스 안, 내 자신이 한국인이라서 너무나 자랑스러웠던 그 순간을 나는 아마도 잊지 못할 것이다.
자신의 이상형은 원빈이라던 그녀의 목소리가 그리고 순수하게 반짝이는 눈빛으로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로망을 나열하던 그녀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