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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ena Sep 30. 2015

고등어 케밥

터키로 떠나기 전, 나를 가장 궁금하게 했던 건 바로 고등어 케밥이었다. 꼭 에밀 아저씨를 찾으라는 둥, 의외로 너무 맛있다는 둥, 앉은 자리에서 다섯 개를 먹어 치웠다는 둥, 터키의 거의 모든 여행기에는 고등어 케밥에 대한 에피소드가 반드시 있었다. 빵 속에 껴 있는 고등어라니, 생각만으로도 너무 비렸지만 유명하다니 먹어보긴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었다. 에밀 아저씨를 찾을 수 없어 내가 먹은 케밥은 그 아저씨의 케밥이 아니었지만 맛은 단언컨대, 환상적이었다. 담백하고, 고소하고, 또 무엇보다 살짝 느끼해질 때쯤 아삭거리던 채소들까지.


있지 말이야, 

너무나 제멋대로에 사고뭉치인 나와 늘 완벽을 추구하는 니가 만나면 마치 고등어 케밥 같을 거야.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너와 내가 만나 만들어가는 잡음들은 우리의 관계가 시들해질 때쯤 아삭거리는 추억이 되겠지. 

먹어보지 않고는 그 맛을 가히 알 수 없는 것처럼 너와 나도 만나보지 않고는 절대 알 수 없을 거야. 

어쩌면 그래서 난 이 길고 긴 기다림을 계속 하는지도 몰라. 

니가 너무 빵처럼 담백하잖아,내가 너무 고등어처럼 고소하잖아. 

그렇게 난 너의 안에 꼭 껴서, 그냥 그렇게. 

생각만으로도 너무 비리지만 의외로 굉장히 환상적인 조합일지도 모르잖아. 

빵 속에 껴있는 고등어라니, 너의 안에 껴있는 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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